1999달러 폴더블폰 내놓은 애플…침체된 시장 깨울까

해외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10일, AM 06:32

[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애플이 1999달러(약 268만원)짜리 첫 폴더블 스마트폰을 내놓으며 삼성전자와 화웨이가 주도해온 시장에 뛰어들었다. 월가는 당장 애플의 실적을 뒤바꿀 제품이라기보다는 침체된 폴더블폰 시장을 주류로 끌어올릴 촉매가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2000달러에 육박하는 가격과 여전히 작은 시장 규모는 넘어야 할 장벽으로 꼽힌다.

애플이 9일 선보인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 (사진=애플)
애플이 9일 선보인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 (사진=애플)
애플은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본사에서 신제품 공개 행사를 열고 첫 폴더블폰 ‘아이폰 듀오’를 공개했다. 기본형 가격은 1999달러로 책정했다. 7.6인치 화면을 탑재했으며 다음 달 23일 출시한다. 존 터너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기존 폴더블폰이 “두 대의 휴대전화를 어색하게 붙여놓은 것 같다”며 아이폰 듀오가 폴더블폰 사용 경험을 새롭게 설계했다고 강조했다.

◇“늦게 왔지만 규칙 정했다”…내년 점유율 40% 전망

시장 전문가들이 주목한 것은 새로운 폼팩터 자체보다 애플의 진입이 시장에 미칠 파급력이다. 삼성전자(005930)가 2019년 갤럭시 폴드를 출시하는 등 폴더블폰은 이미 수년 전 상용화됐지만 아직 주류 시장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 올해 상반기 폴더블폰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했다. 지난해에도 전 세계 폴더블폰 출하량은 약 2000만대로 전체 스마트폰의 2%에도 미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이런 흐름을 바꿀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애플이 생산하는 폴더블 아이폰 대부분이 팔리면서 내년 말 시장점유율 4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프란시스코 제로니모 IDC EMEA 부사장은 “애플은 다른 업체들보다 몇 년 늦게 등장했지만 들어오자마자 규칙을 정했다”며 “한 번의 키노트로 앞으로 모든 경쟁사가 평가받게 될 가격과 기준을 설정했다”고 평가했다.

고가 제품인 만큼 매출 기준 영향력은 더욱 클 전망이다. IDC는 아이폰 듀오가 올해 판매 기간이 3개월 남짓에 불과함에도 올해 전 세계 폴더블폰 판매 매출의 44%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중국 시장이 승부처로 꼽힌다. 제로니모 부사장은 화웨이가 중국 폴더블폰 시장의 약 80%를 장악하고 있다면서 “애플이 중국 소비자들에게 처음으로 진지하게 마음을 바꿀 이유를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 역시 애플의 진입으로 폴더블 시장의 가격과 사용자 경험을 둘러싼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2026년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 업체별 점유율 전망. (단위: %, 자료: 카운터포인트리서치·블룸버그) *애플은 시장 진출 첫해 점유율 25%로 삼성전자(38%)에 이어 2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2026년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 업체별 점유율 전망. (단위: %, 자료: 카운터포인트리서치·블룸버그) *애플은 시장 진출 첫해 점유율 25%로 삼성전자(38%)에 이어 2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1999달러 ‘대담한 승부수’…최고가는 3199달러

관건은 가격이다. 아이폰 듀오 기본형은 1999달러지만 저장용량 2테라바이트(TB) 모델은 3199달러에 달한다. 대중용 스마트폰으로는 업계 최고 수준이다. 최고 사양은 애플의 맥북 프로와 비슷한 가격이며 3699달러짜리 비전 프로에도 근접한다.

다만 기본형 가격은 시장의 우려보다는 낮다는 평가도 나온다. 리즈 리 카운터포인트 부디렉터는 1999달러라는 가격을 두고 “일부 마진을 희생하는 것을 의미하더라도 애플로서는 대담한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공급이 예상보다 부족할 경우 초기 소비자들의 대기 수요가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애플은 기본형 가격을 심리적 저항선인 2000달러 아래로 묶는 대신 고용량 모델을 통해 수익성을 보완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이폰 듀오 기본형은 삼성 갤럭시 Z 폴드8과 구글 픽셀11 프로 폴드보다 100달러 비싼 수준이다.

최근 메모리 가격 급등도 애플의 가격 전략을 압박하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18 프로와 프로맥스 가격도 각각 100달러 올려 1199달러와 1299달러로 책정했다. 시장 예상보다 인상폭이 작아 애플이 일정 부분 마진 부담을 감수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애플·삼성전자·구글 폴더블폰 저장용량별 가격 비교 (단위: 달러, 자료: 각사·로이터)
애플·삼성전자·구글 폴더블폰 저장용량별 가격 비교 (단위: 달러, 자료: 각사·로이터)
◇애플 성장동력 될까…주가는 0.3%↓

다만 폴더블폰이 당장 애플 전체의 성장 궤도를 바꿀 정도의 시장은 아니다. 카운터포인트는 내년 애플의 폴더블폰 출하량이 1200만대를 넘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전체 아이폰 출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5%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진 먼스터 딥워터애셋매니지먼트 매니징파트너는 아이폰 듀오를 아이폰 사업을 계속 성장시키기 위한 “실험의 일부”라고 평가했다. 아이폰은 애플 연간 매출의 절반인 2000억달러 이상을 차지한다. 결국 투자자 입장에서는 폴더블폰 판매량 자체보다 새로운 교체 수요를 만들어 아이폰 사업의 성장률과 평균판매가격을 얼마나 끌어올릴지가 중요하다.

주식시장도 일단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애플 주가는 이날 0.3% 하락한 315.34달러에 마감했다. CNBC는 약 80분간의 신제품 발표 행사 대부분의 시간 동안 애플 주가가 약세를 보였다며 아이폰 듀오와 새로운 인공지능(AI) 기능이 시장에 즉각적인 인상을 주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날 뉴욕증시 전체가 유가와 국채금리 상승으로 하락한 만큼 주가 움직임만으로 신제품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애플이 이번에 던진 승부수는 단순히 ‘접히는 아이폰’을 추가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애플은 아이폰을 개인정보 보호를 앞세운 ‘개인 인공지능(AI) 허브’로 규정하고 기기 자체에서 AI를 구동하는 온디바이스 전략을 강조했다.

향후 관건은 2000달러에 가까운 가격에도 충성도 높은 아이폰 이용자들이 지갑을 열 것인지다. 아이폰 듀오가 흥행에 성공할 경우 수년째 틈새에 머물러온 폴더블폰 시장이 주류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2025년 12월 2일 서울의 삼성전자 매장에서 모델이 ‘갤럭시 Z 트라이폴드’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지난 2025년 12월 2일 서울의 삼성전자 매장에서 모델이 ‘갤럭시 Z 트라이폴드’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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