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투자 안전장치 놓고 한미 줄다리기…김정관 재방미 '최종 담판'

해외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10일, PM 05:16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한·미 대미투자 협상의 막판 조율을 위해 다시 미국행에 올랐다. 당초 우리나라가 투자 손실 위험을 분산하기 위한 안전장치로 기대했던 ‘리스크 풀링’ (risk-pooling) 구조가 미국 측 요구로 당초 구상과 달라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다.

대미투자 사업에서 발생하는 수익과 손실을 상위 투자 특수목적법인(SPV)에 모아 사업 간 손실을 상계하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최근 협의 과정에서 이 같은 구조가 그대로 적용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투자금 회수와 손실 부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만큼 투자 구조가 막판 협상의 주요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김 장관은 관련 쟁점을 놓고 미국 측과 최종 조율에 나설 전망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 7월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메이플라워 호텔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면담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부 제공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 7월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메이플라워 호텔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면담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부 제공
10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프랑스에 이어 벨기에에서 순방 일정을 소화한 김 장관은 귀국하지 않고 10~12일(현지시간) 일정으로 미국으로 향했다.

김 장관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등 핵심 관계자들과 만나 대미 투자처와 첫 자금 송금 규모·시기 등 세부 사항을 조율할 것으로 전해진다. 오는 17일 국회에 협상 결과를 보고해야 하는 만큼 이번 방미가 사실상 막판 조율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관측이다.

정부와 미국은 대미투자의 큰 틀에서는 상당 부분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대미투자 1호 사업으로는 223억달러 규모의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후속 사업으로는 대형 원전 8기 건설과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투자 구조가 막판 협상의 암초로 떠올랐다. 당초 한·미 양국의 양해각서(MOU)에는 여러 프로젝트의 위험을 한데 묶는 ‘우산형’ SPV 구조가 명시됐다. 특정 사업에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다른 사업의 수익으로 이를 보전할 수 있는 일종의 ‘리스크 풀링’ 구조다. 최근 협상에서는 이 구조를 그대로 적용할지를 놓고 양측의 입장이 맞서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측이 프로젝트별로 수익과 손실을 따로 정산하는 방안을 요구하면서다.

이와 관련해 산업부는 “현재 한·미 간 협의가 진행 중이며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히고 있다.

이번 김 장관의 방미는 대미투자의 ‘규모’를 새로 정하는 협상이라기보다, 이미 합의된 큰 틀을 실제 계약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한국의 투자 위험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한·미 양국은 MOU에 담긴 원칙을 실제 사업에 적용하기 위한 법적 계약과 투자 구조를 구체화하는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 정부로서는 투자 위험 분산과 원금·이자 회수 등 기존 MOU에 담긴 핵심 원칙을 실제 계약에 얼마나 반영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시간표도 촉박하다. 김 장관은 귀국 후 오는 17일 국회에 대미투자 관련 세부 사항을 보고하고 이르면 18일 MOU에 최종 서명하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후 대미투자 프로젝트 추진 계획을 공식 발표하고 이달 말께 첫 투자금 집행에 나서는 일정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미투자 관련 주요 절차가 잇따라 진행되면서 투자 사업에 대한 검토가 충분히 이뤄질 수 있을지를 두고 우려도 나온다. 특히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사업 발표와 자금 집행에 속도가 붙으면서 미국 측의 투자 확대 요구와 정치적 일정이 국내의 투자 검토 및 집행 일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향후 사업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감사·수사 등 사후 책임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SPV 세부 조건을 비롯해 전체 대미투자 프로젝트의 패키지를 어떻게 조정할지가 이번 방미의 주요 변수”라며 “미국이 반도체 투자를 비롯해 알래스카 LNG 등 추가 사업 참여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기존에 거론된 투자 대상과 전체 규모에도 막판 변동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 장관이 미국 측의 추가 요구와 우리 정부의 투자 계획 사이에서 어떤 조정안을 마련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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