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바이백보다 미국의 구조적인 채권 공급 부담이다. 미국의 연간 재정적자는 2조달러(약 2682조원) 수준이고 국가부채는 40조달러(약 5경3440조원)를 넘어섰다. 재정지출을 충당하기 위한 국채 발행이 계속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장기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바이백 자체보다 전체적인 미국의 재정상황 등을 보면 국채 발행이나 부채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시장의 인식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AI 투자 붐도 새로운 변수다. 빅테크와 AI 기업들이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구축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면서 회사채 발행을 늘리고 있다. 정부가 국채를, 기업이 AI 투자용 회사채를 동시에 시장에 내놓으면서 한정된 투자자금을 놓고 경쟁하는 구조다. 국채 바이백만으로는 이런 구조적인 수급 부담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국제유가 상승도 금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 중동발 공급 차질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커졌다. 유가는 국채처럼 직접적인 채권 공급 요인은 아니지만 물가를 자극해 추가 긴축 가능성을 높이는 변수다. 결국 장기금리가 쉽게 내려가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 수 있다. 로런스 길럼 LPL파이낸셜 수석 채권전략가는 “유가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고조하는 양상이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을 자극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일본의 움직임은 글로벌 채권시장에 또 다른 부담이다. 일본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 1일 3%를 기록하며 약 3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9일에는 2.88%로 다소 낮아졌지만 한 달 전보다 0.18%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일본 내 물가 상승과 재정지출 확대 우려, 일본은행(BOJ)의 추가 금리 인상 전망이 배경이다. 특히 일본 금리 상승은 해외로 나갔던 일본계 자금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 그동안 낮은 일본 금리를 피해 해외 채권에 투자했던 일본 기관들이 국내 채권의 금리 매력이 높아지자 자금을 일본으로 되돌리는 ‘머니 리쇼어링’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일본계 투자자들이 미국·유럽·신흥국 채권에 대한 수요를 줄이면 해당 국가의 채권 발행금리에 상승 압력이 생긴다.
한국도 이미 영향을 받고 있다. 9일 한국 3년물 국채금리는 7월 말 이후 처음으로 3%대를 넘어섰고 10년물 금리는 4.39%까지 올랐다. 미국과 일본의 장기금리가 오르면 한국 국채 역시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받는 데다 국내에서도 재정 확대에 따른 국채 발행 부담이 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채금리 상승이 금융시장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등 변동금리 비중이 높은 가계는 시장금리 상승이 지속하면서 이자 부담이 커진다. 기업 역시 회사채 발행 비용이 높아지면서 투자와 자금조달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미국 달러. (사진=AFPBB/로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