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견제에 몸집 키운 BRICS…‘글로벌 사우스 결집’ 시험대

해외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11일, PM 03:31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미국의 관세·제재 압박과 서방 중심 국제질서에 대한 불만을 등에 업고 세력을 키운 브릭스(BRICS)가 결속력을 시험받는다. 세계 인구의 절반과 구매력 기준 세계 경제의 약 40%를 차지할 정도로 몸집을 키웠지만 중국·러시아가 원하는 ‘서방 대항축’과 인도·브라질이 선호하는 경제협력체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크다. 여기에 이란과 아랍에미리트(UAE)가 중동전쟁을 놓고 충돌하면서 이번 정상회의의 공동성명 수위가 BRICS의 향후 방향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뉴델리에서 열리는 브릭스(BRICS)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 보안 요원이 바라트 만다팜(Bharat Mandapam) 건물 밖에서 ‘BRICS India 2026’ 로고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AFP)
뉴델리에서 열리는 브릭스(BRICS)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 보안 요원이 바라트 만다팜(Bharat Mandapam) 건물 밖에서 ‘BRICS India 2026’ 로고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AFP)
오는 12~13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제18차 BRICS 정상회의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등 회원국 정상들이 참석한다.

브릭스(BRICS)는 중국·러시아·인도·브라질 등 주요 신흥국을 중심으로 서방 중심 국제질서에서 개발도상국의 발언권과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출범한 협의체다. 이후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어 이집트·에티오피아·이란·아랍에미리트(UAE)·인도네시아 등이 합류하면서 글로벌 사우스를 대표하는 다자 협력체로 외연을 넓혔다.

◇커진 몸집…美 압박에 존재감 높아진 BRICS

BRICS의 존재감이 커진 배경에는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서방 중심 국제질서에 대한 불만이 자리 잡고 있다. FT는 BRICS가 구매력 기준 세계 경제의 약 40%, 세계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세력으로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BRICS를 미국 중심의 글로벌 거버넌스를 재편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반면, 개발도상국 입장에서는 미국·유럽 중심 국제금융질서 밖에서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의미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제재 정책도 역설적으로 BRICS의 결집 명분을 키우고 있다. 미국이 BRICS의 영향력 확대와 달러 패권 도전을 경계하며 압박 강도를 높이자 회원국들은 무역·투자 확대와 자국 통화를 활용한 결제 등 대안을 모색해왔다.

다만 이를 곧바로 ‘탈달러 연대’로 보는 것은 무리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정상회의를 앞두고 러시아가 탈달러화를 추구하지 않는다며 모든 수용 가능한 결제방식에 열려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란-UAE 충돌에 中·印 온도차…공동성명이 분수령

문제는 커진 외형만큼 내부 이해관계도 복잡해졌다는 점이다. 가장 큰 변수는 중동전쟁이다. BRICS 회원국인 UAE는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뒤 지난달 이란과의 무역·금융거래를 중단했다. 로이터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중동 문제를 두고 이란과 UAE가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표현을 찾는 것이 공동성명 채택의 핵심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과 인도의 미묘한 경쟁도 변수다. 중국은 BRICS의 정치·안보적 역할 확대에 적극적이지만 인도와 브라질은 지나친 반서방 정치화를 경계한다. 다만 시 주석의 7년 만의 인도 방문을 계기로 중국과 인도가 관계 개선에 나선 것은 BRICS 결속에 긍정적인 신호다. 양국 교역은 지난해 1550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올해 들어서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결국 이번 회의의 관전 포인트는 뉴델리 공동성명이다. 미국의 관세·제재와 서방의 일방주의를 강하게 비판하는 문구가 담기면 ‘글로벌 사우스 결집’이라는 BRICS의 정치적 성격이 한층 뚜렷해질 수 있다. 반대로 원론적 수준의 합의에 그친다면 몸집 확대에도 불구하고 이해관계가 다른 국가들을 하나의 정치세력으로 묶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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