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과 세이브더칠드런 동부지역본부가 2023년 대구에서 실시한 아동학대 예방 캠페인 전시회. (사진=연합뉴스)
아동학대 사망 사건을 살펴보는 어린이가정청 전문가위원회가 그동안 사용해온 ‘신주(心中)에 따른 학대사’라는 표현을 변경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신주’는 서로 사랑하는 남녀가 합의해 함께 목숨을 끊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부모가 자녀를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에도 이 표현을 사용해왔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자녀가 부모에 의해 살해된 사건에 ‘동반’의 의미를 담은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자녀 살해라는 현실을 가리고, 부모의 애정에서 비롯된 행동인 것처럼 미화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어린이가정청 전문가위원회 역시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충분하지 않아 이 같은 사건이 부모의 애정에 따른 행동으로 미화되는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아동은 보호자의 소유물이 아니라 권리의 주체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며 미국과 호주의 ‘filicide-suicide’(자녀살해 자살), 한국의 ‘자녀 살해 후 극단적 선택’ 등 해외에서 사용하는 표현을 소개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동반자살’이라는 표현이 자녀를 명백한 피해자로 바라보지 못하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지난 3월 한국피해자학회 학술지 ‘피해자학연구’에 게재된 ‘자녀살해 후 자살 사건의 실태 및 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원혜욱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연구진이 2014~2024년 발생한 관련 하급심 판결문 120건을 분석한 결과, 연령이 확인된 피해 아동 163명 가운데 86.5%가 12세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부모의 자살 시도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자녀 살해라는 중대한 사건이 동정적·온정적 시선으로 받아들여져 ‘아동학대사망’이라는 본질이 가려져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동반자살’이라는 용어 뒤에 숨겨진 아동의 피해자성을 명확히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경찰도 지금까지 비슷한 사건에 대해 ‘무리신주(無理心中·동의하지 않는 상대와의 억지 동반자살)’라는 표현을 사용해왔으나 앞으로 이를 쓰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어린이가정청에 따르면 2024년 일본에서 학대로 숨진 아동은 77명(65건)으로 전년보다 12명 늘었다. 이 가운데 27명(19건)은 보호자의 자살을 동반한 아동 학대사로 집계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