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워시 미 연준 의장. (사진=로이터)
시장에서는 오는 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급격히 확산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인상 확률은 CPI 발표 직후 한때 91%까지 치솟은 뒤 현재 86.5% 수준을 보이고 있다. 전날 72%에 비하면 크게 높아졌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3.50~3.75%다.
워시 의장에게 부담스러운 것은 이번 물가 지표가 자신이 제시한 금리 인상 조건에 가까워졌다는 점이다. 그는 지난달 28일 잭슨홀 연설에서 “우리는 기조적인 인플레이션이 목표를 향해 명확하고 충분한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말했다. 시장은 이를 물가 개선이 확인되지 않을 경우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오마이르 샤리프 인플레이션 인사이트 대표는 “잭슨홀에서 그런 연설을 해놓고 다음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지지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도 “시장의 신호는 분명하다”며 “연준이 금리를 올리지 않는다면 워시는 시장 참가자들의 눈에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7월 동결로 이미 신뢰도 흔들…이번엔 다를까
연준 내부에서도 금리 인상론은 힘을 얻고 있다. 연준은 올해 들어 다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지난 7월 FOMC에서는 3명의 위원이 0.25%포인트 인상을 주장하며 반대표를 던졌다. 당시 투표권이 없던 위원 2명도 인상을 지지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 결정은 취임 초기부터 흔들린 워시 의장의 시장 신뢰도를 회복할 수 있느냐는 문제와 맞물려 있다. 워시 의장은 지난 7월 29일 FOMC 기자회견에서 금리를 동결한 이유와 향후 정책 방향을 시장이 납득할 만큼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기자회견은 워시 의장의 인플레이션 대응 의지를 둘러싼 시장의 의구심을 키웠고, 장기 국채금리도 이후 상승세를 이어갔다. 블룸버그는 다음 주 금리 인상이 그의 인플레이션 대응 발언에 신뢰를 더하고 7월 기자회견에서 입은 타격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금리를 올릴 경우 정치적 부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임명한 워시 의장에게 지속적으로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연준이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경우 미국이 무역적자를 기록하는 일부 국가와의 교역을 중단하겠다는 위협까지 내놨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날 연준이 큰 폭의 정책 변화를 단행할 경우 “대통령이 할 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워시 의장으로서는 금리를 동결하면 자신의 물가 대응 원칙과 연준의 신뢰도가 훼손될 수 있고, 인상하면 자신을 발탁한 대통령과 정면충돌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케빈 워시 연준 의장 (사진=로이터)
더 큰 문제는 9월 한 차례 인상으로 상황이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란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에너지 가격 상승이 상품과 서비스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8월 휘발유 가격은 전월보다 3.9% 뛰며 전체 CPI 상승분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항공료도 제트연료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2.7% 올랐다.
소비자들의 기대인플레이션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미시간대가 이날 발표한 조사에서 향후 1년 기대인플레이션은 8월 4.0%에서 9월 4.6%로 뛰었다. 2023년 이후 처음으로 향후 1년간 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소비자가 과반을 차지했다.
시장에서는 이미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9월 인상에 이어 12월까지 두 번째 금리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도 반영하고 있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연준이 지난해 노동시장 둔화 우려 속에 단행했던 총 0.75%포인트의 금리 인하를 되돌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워시 의장에게 다음 주 FOMC는 금리를 한 차례 올릴지를 결정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인상한다면 얼마나 더 긴축해야 하는지, 동결한다면 목표를 크게 웃도는 물가를 어떻게 잡을 것인지 시장을 설득해야 한다. 취임 초기 워시 의장이 강조해온 ‘물가 안정’이라는 원칙과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요구 사이에서 연준의 독립성과 자신의 신뢰도를 동시에 시험받는 첫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추이 (단위: 전년 동월 대비 %, 자료: 미 노동부·WSJ)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