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5000달러 배당 반드시 준다”…美시장이 걱정하는 이유

해외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12일, AM 07:05

[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든 미국 성인에게 1인당 5000달러(약 671만원)를 지급하는 이른바 ‘트럼프 배당금’을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재차 장담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승리와 현금 지급을 직접 연결하며 지지를 호소한 것이다. 그러나 최소 1조달러가 넘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데다 의회 승인이라는 문턱도 넘어야 한다. 물가가 다시 들썩이고 미 국채금리가 5%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현금 지급이 인플레이션과 재정적자를 키워 장기금리를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공화당 전국 중간선거 전당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공화당 전국 중간선거 전당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5000달러 트럼프 배당금은 이 정책이 절대 실현되지 않기를 바라는 민주당원들의 비판을 받고 있지만 실현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내가 무언가를 말할 때는 진심”이라며 “미국 국민들이 마땅히 받을 자격이 있기 때문에 5000달러 배당금은 실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 마지막에는 대문자로 “공화당에 투표하라(VOTE REPUBLICAN)”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공화당 중간선거 전당대회에서 공화당이 상·하원 다수당을 지키면 모든 미국 성인에게 5000달러를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처음 발표했다. 그는 당시 “공화당이 이기면 여러분도 우리와 함께 이기고 5000달러를 받게 된다”며 이를 ‘트럼프 배당금’이라고 명명했다.

◇5000달러씩 주려면 1조달러 이상 필요

가장 큰 문제는 재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인 지급 대상이나 재원 조달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미국 성인 전체를 대상으로 하면 지급 규모는 최소 1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국방비 연간 지출액보다 큰 새로운 1조달러 이상의 재정사업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수입을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거론하고 있다. JD 밴스 부통령도 전당대회 이후 관세수입을 활용할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러나 미 재무부에 따르면 이번 회계연도 순관세수입은 현재까지 약 1673억달러로, 1조2000억달러로 추산되는 배당금 지급 비용의 7분의 1에도 못 미친다.

결국 부족한 재원을 국채 발행 등 차입으로 메울 경우 이미 막대한 미국의 재정적자가 더 커질 수 있다. WSJ은 1조달러가 넘는 대규모 현금 지급이 재정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최근 미 국채금리 상승 압력 가운데 하나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번 주 5%선에 바짝 다가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공화당 전국 중간선거 전당대회에서 JD 밴스 부통령의 연설이 끝난 뒤 연단에 오르고 있다. (사진=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공화당 전국 중간선거 전당대회에서 JD 밴스 부통령의 연설이 끝난 뒤 연단에 오르고 있다. (사진=AFP)
실현을 위해서는 의회도 넘어야 한다. 미국 헌법상 연방정부의 지출 권한은 의회에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이 현재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고 있지만 의석 차가 크지 않은 데다 대규모 추가 지출에 대한 당내 재정 보수파의 반발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공화당 내부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로이터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 데이비드 슈바이커트 하원의원은 대규모 현금 지급이 인플레이션과 금리를 끌어올리고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반면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국민에게 정부 수입을 돌려준다는 취지에서 지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슷한 현금 지급을 약속했다가 실현하지 못한 전례도 있다. 그는 지난해 관세수입을 활용해 저소득·중산층 미국인에게 2000달러를 지급하는 방안을 여러 차례 제시했지만 의회 승인을 얻지 못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5000달러 공약 역시 당시와 마찬가지로 1조달러가 넘는 재정 부담에 대한 의원들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미군 장병 약 145만명에게 1776달러씩 지급한 ‘워리어 배당금’을 자신의 약속 이행 사례로 들고 있다. 다만 당시 지급액은 이미 의회가 승인한 예산에서 충당됐다.

◇물가 잡으려는데 1조달러 풀면…연준에도 부담

경제적 파장도 논란이다.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0.4%, 전년 동월 대비 3.4% 상승했다.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3% 올라 시장 예상치(0.2%)를 웃돌았다. 중동전쟁으로 휘발유 가격이 한 달 새 3.9% 뛰는 등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커지면서 시장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 주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크게 강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1조달러가 넘는 현금이 가계로 풀리면 소비 수요를 자극해 물가를 다시 밀어올릴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미국 정부가 세 차례에 걸쳐 지급한 현금 지원 역시 경기 급락을 막는 데 기여했지만 이후 소비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인플레이션을 자극한 요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됐다.

채권시장에도 부담이다. 재원을 추가 차입으로 조달할 경우 미 재무부가 더 많은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국채 공급 증가와 인플레이션 우려가 동시에 커지면 채권 가격은 하락하고 금리는 상승할 수 있다. 최근 미 국채시장은 유가 상승과 끈적한 물가, 대규모 재정적자 우려가 겹치면서 이미 매도 압력이 커진 상태다. 로이터도 트럼프 대통령의 5000달러 지급 공약을 최근 시장의 재정 부담 요인 중 하나로 지목했다.

WSJ은 사설을 통해 이번 공약을 공화당에 투표하면 수표를 받는 식의 노골적인 정치적 ‘매표 행위’라고 비판했다. 반면 법률적으로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에게 경제적 혜택을 공약하는 것 자체가 곧바로 불법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미국에서는 민주·공화 양당 모두 선거 과정에서 감세나 현금 지원 등 경제적 혜택을 공약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비판에도 공약 실현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그는 이날 지난해 대규모 감세 법안 통과와 1776달러의 미군 배당금을 거론하며 민주당이 불가능하다고 했던 정책도 자신은 현실화했다고 주장했다.

중간선거를 50여일 앞두고 생활비 부담이 핵심 정치 현안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5000달러 현금 지급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나 물가를 잡기 위해 연준의 금리 인상이 다시 거론되고 10년물 국채금리가 5%에 육박하는 시점에서 1조달러 이상의 추가 재정지출이 현실화할 경우 미국 경제에는 또 다른 인플레이션·금리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22년 7월 8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의 한 철물점 출입문에 구인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로이터)
지난 2022년 7월 8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의 한 철물점 출입문에 구인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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