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으로 갈라진 이란·UAE, 브릭스서 중동 긴장 완화 촉구

해외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13일, AM 08:53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전쟁으로 대립해온 이란과 아랍에미리트(UAE)가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중동 지역의 긴장 완화와 ‘최대한의 자제’를 촉구하는 공동선언에 함께 서명했다. 양국 정상이 별도 회동까지 가지면서 6개월째 이어진 전쟁 속에서도 외교적 접촉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브릭스(BRICS) 비즈니스 포럼에 이란의 마수드 페제스키안 대통령,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이 도착하고 있다. (사진=인도 언론정보국, 로이터)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브릭스(BRICS) 비즈니스 포럼에 이란의 마수드 페제스키안 대통령,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이 도착하고 있다. (사진=인도 언론정보국, 로이터)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과 UAE를 포함한 브릭스 회원국들은 인도 뉴델리 정상회의에서 중동 정세에 관한 공동선언에 합의했다. 선언문은 “중동·서아시아에서 긴장이 계속 고조되는 데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최대한 자제하고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는 행동을 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동선언에는 민간인 보호와 각국의 주권·영토 보전을 존중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글로벌 무역과 공급망, 에너지 흐름, 해상안보를 보호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번 합의는 특히 이란과 UAE가 같은 문안에 동의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란은 전쟁 기간 UAE를 여러 차례 공격했다. 지난달 말에는 미군 병력과 헬리콥터가 배치된 UAE의 알민하드 공군기지도 공격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상회의 주최 측과 외교관들은 양국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중동 관련 문구를 마련하는 데 공을 들여왔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셰이크 칼리드 빈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자는 정상회의 첫날 별도로 만났다. 전쟁이 시작된 이후 양국 간 최고위급 회동이다. 아부다비 미디어 사무소는 양측이 지역·국제 현안과 긴장 완화, 안정, 지역 평화와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합의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외교 전문가들은 이번 공동선언이 당장 전쟁의 향방을 바꿀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회원국들이 하나의 문안에 합의했다는 점은 브릭스가 내부 결속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했다.

산제이 수디르 전 UAE 주재 인도 대사는 로이터에 “전쟁을 끝낼 열쇠는 미국과 이스라엘에 있다”면서도 “인도는 역내 국가들이 같은 테이블에 앉아 외교적으로 대화하고 이해가 맞는 지점을 넓혀갈 수 있도록 어려운 대화를 계속 이어가게 했다”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의는 브릭스의 외교적 영향력을 시험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브릭스는 2009년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을 중심으로 출범했다. 이후 이집트와 에티오피아, 인도네시아, 이란, UAE 등이 합류했다. 회원국들은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기구의 개혁을 요구하며 국제 규범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의장국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개막 연설에서 “브릭스가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회원국 간 단결과 합의를 국제무대에서 구체적인 성과로 연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브릭스가 국제질서를 더 공정하고 정의로운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국영 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중동 평화와 안정을 위해 중국이 “필요한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관련 당사국들이 정치적 해결을 추진하고 항구적이고 포괄적인 휴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도는 미국뿐 아니라 러시아와 이스라엘, 이란, 걸프 아랍국가들과도 관계를 맺고 있다. 모디 총리는 이번 회의에서 브릭스 회원국 간 무역을 확대하고 장벽을 낮추며 기업 활동 기회를 넓히자는 입장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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