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13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국부펀드와 연기금 등을 포함한 전 세계 정부계 투자액 가운데 절반인 1540억달러(약 207조원)가 북미로 향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대로 신흥시장으로 가는 돈은 크게 줄었다.
국부펀드는 정부가 보유한 여유 자금을 굴리는 투자 기구다. 운용 수익으로 세수를 보완하려는 목적으로 세워지며, 석유·가스 같은 자원 수입이나 외환보유액 등 국가 자산을 재원으로 삼는다. 긴 안목으로 위험을 감수할 수 있어 세계 각국의 사회기반시설 정비 같은 대규모 사업을 떠받치는 역할을 해왔다.
돈을 대는 쪽에서 두드러지는 곳은 아부다비투자청 등 중동 국부펀드다. 지난해 말 기준 지역별 운용액 비중을 보면 중동·북아프리카가 39%로 가장 크고 아시아 36%, 유럽 18%가 뒤를 이었다. 북미는 2.6%에 그쳤다. 2021년 중동·북아프리카가 아시아를 앞지른 뒤 격차를 벌리고 있다. 원유 의존에서 벗어나려는 중동 국가들이 투자로 안정적인 수익을 노리고 있어서다.
이들이 향하는 곳은 AI 패권 경쟁에 매진하는 미국이다. 미국 AI 개발사 앤스로픽은 지난 2월 국부펀드 등으로부터 300억달러(약 40조원)를 출자받았다고 발표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기술 분야에 투자하는 합작사 MGX와 카타르투자청도 여기에 참여했다.
MGX는 지난해 오픈AI용 데이터센터를 짓는 ‘스타게이트 계획’에도 투자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인 공공투자기금(PIF)은 지난 4월 발표한 2030년까지의 5개년 전략에서 AI를 전략 분야로 못박았다.
◇미국 비중 52%에서 58%로…중국 이탈도 가속
조사회사 글로벌SWF에 따르면 전 세계 정부계 투자 가운데 미국으로 흘러간 비율은 2018년 이후 20~30%대를 오갔다. 그러다 AI 투자가 본격화한 지난해 단숨에 52%까지 뛰었고, 올해 상반기에는 58%로 더 올라갔다.
반면 지난해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 투자액은 500억달러(약 67조원)로 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체의 20%에도 못 미친다. 올해 상반기에도 250억달러(약 34조원)에 그쳐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 투자 자금의 중국 이탈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에 따르면 중국으로 들어온 해외 투자액은 2021년 3441억달러(약 462조원)에서 2024년 426억달러(약 57조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800억달러(약 107조원)로 회복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중국 내 부동산 불황이 길어지면서 투자를 꺼리게 된 데다, 중국 당국이 감시를 강화한 것도 외국 자본 이탈을 부추긴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에서 밖으로 나가는 투자는 광역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쪽으로 늘고 있지만, 외부의 위험 자금을 끌어들이는 흐름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AI 일변도에서 벗어나야”…쏠림이 부를 위험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지난해 말 기준 민관을 합친 전 세계 운용자산 잔고가 147조달러(약 19경7539조원)에 이른 것으로 추산했다. 글로벌SWF 집계로는 전 세계 국부펀드 운용잔고도 해마다 늘어 지난달 기준 16조5700억달러(약 2경2267조원)를 기록했다. 단순 계산하면 전 세계 운용액의 10%를 차지하는 규모다.
니시하마 도루 다이이치라이프 자산운용경제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AI 일변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경고했다. 중동 정세가 긴박해지면서 중요성이 커진 에너지 관련 투자에도 자금을 돌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닛케이는 외부 투자가 끊긴 개발도상국에서 재정 악화 우려가 커지고 지정학적 위험도 높아진다고 진단했다. 미국으로 쏠리는 투자가 한층 과열되면 데이터센터의 수익 기대가 꺾였을 때 닥칠 경제적 충격도 그만큼 커진다고 봤다. 그러면서 세계 시장에 투자하는 기업과 투자자 역시 거대 자금의 쏠림이 부르는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