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푸틴, 마이애미 G20 오면 나도 간다…중요한 건 결과"

해외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13일, AM 10:46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미국에서 만나겠다고 밝혔다. 오는 12월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 푸틴 대통령이 온다면 자신도 가겠다는 것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FP)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FP)
◇“푸틴 오면 나도 간다”…러시아는 “모스크바로 오라”

젤렌스키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공개된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 인터뷰에서 마이애미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날 것이냐는 질문에 “물론이다. 우리는 가야 한다”며 “만나서 이야기하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답했다. 인터뷰는 전날 그가 방문 중인 캐나다 노스베이 군기지에서 이뤄졌다.

그는 회담에서 오갈 말보다 결과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말이 중요한 게 아니다. 내가 그에게 무엇을 말하든, 그가 나에게 무엇을 말하든 상관없다”며 “중요한 것은 결과뿐”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곧바로 선을 그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불가능하다”며 “모스크바에서 그를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인도 뉴델리에서 “만나고 싶다면 오라. 이것만으로도 우리 측의 엄청난 선의”라며 “협상 기간에도 특별군사작전을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의 마이애미행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그는 2019년 이후 G20 정상회의에 직접 참석한 적이 없다. 다만 미국은 지난달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을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열린 G20 회의에 초청해 유럽 당국자들의 반발을 샀다. 두 정상이 마지막으로 얼굴을 맞댄 것은 2019년 12월 프랑스·독일이 중재한 ‘노르망디 형식’ 회담으로, 파리에서 열렸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로는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겨울 앞두고 요격미사일 비상…“100발도 벅차”

젤렌스키 대통령은 겨울을 앞두고 요격미사일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러시아가 제트엔진을 단 드론 투입을 늘리면서 우크라이나가 요격에 애를 먹고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그는 “러시아는 월 140발의 탄도미사일을 생산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기준으로 이를 요격하려면 두 배인 280발이 필요하다”며 “월 280발은 결코 확보할 수 없고, 솔직히 100발을 갖추는 것조차 엄청난 도전”이라고 말했다. 이어 “추운 몇 달 동안 100~120발은 갖고 싶다”고 했다.

조달처로는 미국 비축분과 생산분, 유럽의 지원 패키지를 꼽았고 중동 국가들과도 공급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은 팔고 도우려는 정치적 의지는 있지만 생산량이 크지 않다”며 “결국 비축분이 방법인데, 미국이 내줄 준비가 됐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패트리엇은 러시아의 탄도미사일 공격을 막는 데 현재로선 가장 효과적인 무기로 꼽힌다. 독일은 지난 8일 자국 비축분에서 패트리엇 미사일을 보내겠다고 밝혔지만 수량은 공개하지 않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유럽을 향해 “가능한 한 많이 줘야 한다. 존중을 담아 말하지만, 우크라이나인의 목숨을 구하려면 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크라이나가 유럽 기업들과 함께 개발 중인 미사일방어 체계 ‘프레이야’에 대해서는 오는 12월 말까지 첫 시험 단계를 시작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큰 실험이지만 현실적인 실험”이라고 말했다.

◇“에너지·곡물 휴전이 1단계”…APEC 3자회담설도

종전 협상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가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평가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5~6일 스티브 윗코프 미 대통령 특사와 재러드 쿠슈너 트럼프 대통령 사위가 모스크바에 이어 키이우를 찾은 것을 “좋은 신호”라고 했다. 그는 두 사람에게 러시아가 월 3만명 이상의 병력을 잃고 있다는 점을 전했다며 “전장에서 거두는 작은 성과에 비해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가 지난해보다 강해졌다며 “그래서 지금이 협상하기 좋은 위치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협상의 출발점으로는 에너지와 곡물 분야 휴전을 제시했다. 그는 “무엇이 우리를 협상으로 이끌 수 있나. 에너지와 곡물이다. 이것이 1단계”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오데사 일대 흑해 항만을 사실상 봉쇄하면서 지난달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은 1년 전보다 76% 줄었다.

러시아도 협상 재개 가능성은 열어뒀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지난 9일 우크라이나·미국·러시아 3자 협상이 가까운 시일 안에 재개될 것으로 본다며 “3자 협상을 재개하자는 공동의 뜻과 정치적 의지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로드맵이나 의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같은 날 오는 11월 18~19일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국·러시아·중국 3자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러시아 타스통신은 지난 8일 푸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통화에서 이 제안이 나왔다고 전했다.

3자 평화협상은 지난 2월 초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처음 열렸고, 같은 달 17~18일 스위스 제네바 회의를 끝으로 멈춰 있다. 포로 교환을 위한 실무 접촉은 이어졌지만, 전선 교전과 인프라 공격이 계속되면서 정치 협상은 봄과 여름 내내 진전을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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