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남부 루가노의 스위스국립슈퍼컴퓨팅센터(CSCS) 서버실. (사진=AFP)
12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여러 동이 모인 초대형 클러스터 한 곳이 짊어지는 보험 가치는 200억~300억달러(약 26조8800억~40조3100억원)에 이른다. 전 세계 캣본드 시장 잔액이 660억달러(약 88조69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클러스터 하나가 시장 전체의 3분의 1에 맞먹는 셈이다.
이선 파월 브룩몬트캐피털매니지먼트 대표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솔직히 말하면 데이터센터 위험은 아직 캣본드 시장에 단 1달러도 들어오지 않았다”며 “지금은 재보험사들이 이 위험에 어떻게 값을 매기고 인수 여력을 확보할지 씨름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재보험사끼리 위험을 나눠 갖는 방식으로 한 단계 위에서 처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클러스터 하나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캣본드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보험 가치를 안고 있다. 기존 시장만으로는 풀 수 없고 산수 자체가 맞지 않는다”며 “그래서 결국 자본시장으로 넘어올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1990년대 등장한 캣본드…올해도 사상 최대
캣본드는 1990년대 처음 만들어진 금융상품이다. 허리케인이나 지진 같은 자연재해가 닥쳤을 때 보험사가 쓸 돈을 미리 마련해두는 구조다. 보험사나 재보험사가 대형 손실 위험을 투자자에게 넘기고, 그 대가로 자금을 확보해 보험금 지급에 쓴다. 보험연계증권(ILS)의 일종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식에 가까운 수익률을 내면서도 변동성이 낮고 주식·채권 시장과 따로 움직인다는 점이 매력이다. 다만 약정한 재해가 실제로 발생하면 원금의 일부나 전부를 잃을 수 있다.
캣본드 시장은 올해도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울 기세다. 발행액은 현재까지 189억달러(약 25조40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에는 연간 256억달러(약 34조4000억원)로 사상 최대를 찍었다. 그동안 틈새시장 취급을 받던 곳에 신규 투자자가 몰리면서다.
전문 데이터업체 아르테미스의 스티브 에번스 소유주 겸 편집장은 “보험사와 재보험사가 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여러 해짜리 구조라는 점에서 캣본드의 장점을 인정하고 있다”며 “재보험과 캣본드 가산금리가 내려가면서 사는 쪽 여건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화재·정전·전쟁까지…가격 매기기가 관건
파월 CIO는 AI 열풍 속에서 캣본드가 처음 다룰 위험은 허리케인과 지진처럼 시장이 이미 예측 모델을 갖춘 재산 피해 구간이 될 것으로 봤다. 데이터센터가 텍사스와 애리조나 등에 늘어나면서 해안 허리케인보다 토네이도·우박 같은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문제는 나머지다. 그는 “화재와 수해, 정전, 사업 중단처럼 데이터센터의 가장 큰 위험들은 지금 캣본드 시장이 값을 매기기 어렵다”며 “예측 모델이 정교해지고 구조가 표준화되면 12~18개월 안에 데이터센터 전용 캣본드 거래가 처음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에 돈을 빌려준 쪽이 사보타주와 전쟁, 사이버공격 위험까지 캣본드로 넘기려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버뮤다에 본사를 둔 ILS 플랫폼 래딕스ILS의 하니 알리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데이터센터 위험에서 흥미로운 지점은 물리적 기반시설 자산이 한곳에 쌓인다는 것”이라며 “중동에서 전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것이 핵심 기반시설이라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핵심 기반시설을 자본시장에 재보험하는 것은 분명 합리적이지만, 순수한 자연재해를 넘어서는 영역”이라고 덧붙였다.
에번스 편집장은 캣본드 시장이 데이터센터가 필요로 하는 보험 한도를 감당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진단했다. 그는 “어떤 위험을 어떤 형태로 담보할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면서도 “이 고가의 디지털 기반시설은 상당한 자연재해 노출을 안고 있어, 시간이 지나면 캣본드가 데이터센터 위험을 일부 떠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