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원유 다시 사들이기 시작"…국제유가 더 오르나

해외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13일, PM 03:40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국제유가가 또다시 배럴당 100달러 선을 넘어선 가운데 앞으로의 가격 향방은 중국 손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쟁 내내 원유 수입을 절반 가까이 줄이며 유가를 눌러온 중국이 다시 사들이기 시작하면 전시 최고가를 넘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11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한 트럭 휴게소에서 운전자가 트랙터 트레일러에 경유를 주유하고 있다. 이날 미국 경유 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갤런당 6달러(리터당 약 2130원)를 넘어섰다. (사진=AFP)
11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한 트럭 휴게소에서 운전자가 트랙터 트레일러에 경유를 주유하고 있다. 이날 미국 경유 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갤런당 6달러(리터당 약 2130원)를 넘어섰다. (사진=AFP)
12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지난 10일 배럴당 102달러를 넘어서며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마감했다. 여름 저점이던 68.55달러에서 50%가량 뛴 값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동서 송유관이 잇단 공격으로 멈춰 서는 등 중동 전황이 격화한 결과다. 다만 지난 4월 7일 기록한 전시 최고 종가 112.95달러에는 아직 못 미친다.

밥 맥널리 래피던에너지 대표는 미국과 이란의 양해각서가 깨지고 미국이 지난 7월 이란 해상봉쇄를 다시 시작한 뒤로 시장이 전쟁 위험을 값에 반영해왔다고 설명했다.

아직 값에 반영되지 않은 변수는 중국의 수요다. 리베카 바빈 CIBC프라이빗웰스 선임 에너지 트레이더는 전날 CNBC에 “중국 정유사들이 가동률을 본격적으로 끌어올리기 시작하면 원유 수요가 더 강하게 붙으면서 시장이 한층 빡빡해질 수 있다”며 “이 부분이 값에 반영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은 전쟁 기간 원유를 사들였다 말았다 하며 유가 급등을 막아온 완충 장치였다. 맥널리 대표는 중국이 수입을 하루 300만~500만배럴 줄였다고 집계했다. 케이플러 자료를 보면 중국의 원유 수입은 지난 6월 하루 600만배럴까지 떨어져 전시 최저를 기록했다. 2월의 1150만배럴과 견주면 절반 가까이 줄어든 수준이다. 10억배럴이 넘는 비축유를 헐어 쓰며 버틴 덕분이다.

그랬던 중국이 7~8월 하루 700만배럴 안팎으로 수입을 늘렸다. 맥널리 대표는 지난 8일 CNBC에 “전쟁이 시작된 뒤 유가를 억눌러온 가장 큰 요인은 중국의 급격한 다이어트”라며 “이제 그 다이어트를 끝내고 목마르고 배고픈 상태가 됐다. 원유를 다시 사들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중국 정유사들이 시장에 돌아올 유인도 커졌다. 이란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 정제설비가 상당 부분 멈춰 서면서 경유를 만들어 파는 이익이 급격히 불어났기 때문이다. 바빈은 “정제마진이 이렇게까지 극단적이면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며 “원유를 사서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내다 팔아 돈을 벌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전쟁 전 수준까지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암리타 센 에너지애스펙츠 창업자는 전날 CNBC에 중국의 구매가 봄보다는 늘었지만 개전 이전으로 복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맷 스미스 케이플러 원자재리서치 디렉터도 “중국은 매우 영리한 구매자여서 세 자릿수 유가에 원유를 사기보다 비축유를 헐고 가동률을 조절하는 쪽에 기댈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이 얼마나 사들이든 유가를 끌어내릴 장치는 하나씩 사라지고 있다. 각국의 비상 비축유 방출이 곧 끝나가는 데다, 미 에너지정보청(EIA) 집계로 세계 재고는 6개월 넘는 전쟁을 거치며 4억배럴 급감했다. 올해 초 유가 폭등을 막아준 또 하나의 방파제가 허물어진 셈이다.

맥널리 대표는 “여름은 끝났고 평화는 오지 않았으며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말로 시장을 달래던 방식이 예전만큼 먹히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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