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응의 무대가 육지에서 바다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바다가 탄소를 흡수하는 기후 안전판인 동시에 해운·항만·재생에너지·수산업 등 막대한 경제활동이 이뤄지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에 해양 보호와 탄소 감축, 산업·투자를 하나로 묶는 ‘블루 이코노미(Blue Economy)’가 새로운 기후정책의 핵심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 바다가 새로운 투자와 기술 경쟁의 무대가 되는 것으로, 삼면이 바다이고 조선·해운 분야에서 경쟁력을 가진 한국 또한 블루 이코노미는 환경문제를 넘어 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의제다.
10~11일(현지시간) 흑해를 품은 튀르키예 휴양도시 트라브존에서 열린 제3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1) 사전회의인 ‘해양 및 바다 고위급 대화’에서 호주 해양정책 특별대표(Ocean Sherpa) 앤서니 오르비 박사는 “바다는 기후변화의 최전선인 동시에 해결책의 핵심”이라며 “넷제로(탄소중립) 달성에 바다를 제외할 방법은 없다”고 강조했다.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하는 바다는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30%를 흡수하고 온실가스로 발생한 초과 열의 약 90%를 흡수한다. 기후변화의 피해가 집중되는 현장이면서 동시에 기후위기를 완화하는 핵심 수단인 셈이다.
호주 해양정책 특별대표(Ocean Sherpa) 앤서니 오르비 박사(사진=튀르키예 대통령실 소통국)
문제는 해양 기후변화의 충격이 특히 도서·연안국에 치명적인 반면 이들 국가 상당수는 이를 감당할 자금과 기술 역량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COP31은 해양 기후대응 사업을 실제 투자 가능한 프로젝트로 구체화하고 금융과 기술을 연결해 규모를 키우는 방식으로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을 끌어낸다는 구상이다.
이날 고위급 대화에서도 블루 이코노미의 성패는 실제 사업과 투자로 이어지느냐에 달렸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세실리아 키누티아-넹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국장은 각국의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해양·연안 행동을 포함시키면 금융과 기술, 역량 강화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며 “해양 기후목표(Blue ambition)에 걸맞은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기관이 실제로 자금을 댈 수 있는 ‘투자 가능한 해양·기후 프로젝트’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세실리아 키누티아-넹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국장(사진=튀르키예 대통령실 소통국)
튀르키예는 해운·항만의 녹색전환에서 이를 구체화하고 있다. 압둘카디르 우랄로을루 교통인프라부 장관은 선박 배출 감축과 재생가능 연료, 에너지 효율 개선 등을 우선 과제로 제시하고 ‘그린 포트(Green Port)’ 인증제를 통해 항만 내 재생에너지 사용과 장비 전기화, 육상 전원 공급, 제로 웨이스트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설되거나 일정 규모 이상 확장되는 연안시설에는 관련 기준을 의무화하고,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의 보조금과 장기 저리대출도 활용하고 있다고 우랄로을루 장관은 부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