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신안 앞바다 '남산타워' 크기 풍력터빈…9만 가구 쓸 전력 만든다

해외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14일, AM 12:01

[신안(전남)=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1분에 6바퀴, 길이 97m에 달하는 블레이드가 바다 위에서 천천히 회전한다. 블레이드가 한 바퀴 도는 직경은 약 200m에 달한다. 해수면에서 블레이드 끝까지 높이는 227m로 남산서울타워(239m)와 맞먹는다. 초속 3m의 바람이 불면 발전을 시작하고 초속 12m에 이르면 1분에 9바퀴 가량을 회전해 정격출력에 도달한다.

지난 9일 찾은 전남 신안군 자은도에서 약 9㎞ 떨어진 앞바다의 전남해상풍력 1단지. 바람은 강하지 않았지만 풍력터빈 10기는 바다 위에서 끊임없이 전기를 생산하고 있었다. 이곳은 국내 민간 주도의 대규모 해상풍력이 실제 상업운전에 들어간 현장으로, ‘바다에서 대규모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느냐’는 첫 관문을 넘어선 증거이기도 하다.

신안 앞바다에서만 수백 메가와트(MW)에서 수 기가와트(GW) 규모의 후속 해상풍력 사업이 줄줄이 추진될 예정으로, 생산한 전기를 육지로 보내는 전력망과 국내 공급망 확대가 사업의 성패를 가를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전남해상풍력 1단지에 설치된 풍력터빈(사진=한국풍력발전협회)
전남해상풍력 1단지에 설치된 풍력터빈(사진=한국풍력발전협회)


◇민간이 주도한 대규모 해상풍력…국내 부품 사용하며 공급망에도 기여


해상발전소를 방문한 당일 낮에는 바람이 약해 발전량이 많지 않았지만 이날 새벽에는 설비이용률이 66%까지 올랐다. 기온이 떨어지는 새벽녘이나 겨울에 해상풍력은 이용률이 더 올라간다. 태양광이 낮 시간대에 발전량이 집중되는 것과 다른 패턴이다.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풍력과 태양광을 함께 활용할 경우 발전량의 시간대별 편차를 일부 보완할 수 있는 이유다. 해상풍력의 연평균 설비이용률은 통상 30~35% 수준으로 육지풍력이나 태양광보다 높다.

특히 전남해상풍력 1단지는 민간이 주도해 완공한 대규모 해상풍력 사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013년부터 사업성을 검토했고 2017년부터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갔다. SK이노베이션 E&S와 유럽 해상풍력 경험이 많은 덴마크 기업 CIP가 사업을 추진했다. SK이노베이션 E&S는 인허가와 중앙정부·지자체 협의, 주민 대응 등을 맡았고 CIP는 EPC와 금융 분야를 담당했다. 양사는 공동 의사결정 구조로 사업을 추진했다.

김진철 SK이노베이션 E&S 부사장은 “2013년만 해도 해상풍력을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하겠다는 사업자가 없었고 주로 유럽 중심으로 이뤄지던 시절이었다”며 “터빈을 제외하고 타워부터 하부구조물, 해저케이블, 육상 변전소까지 대부분 국내 기업 제품을 사용하며 공급망 구축에 기여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건설 과정에는 국내 기업들이 다수 참여했다. 하부구조물인 모노파일은 현대스틸산업이 제작했고 해저케이블은 LS전선, 육상 변전소는 LS 계열사와 현대일렉트릭 컨소시엄 등이 맡았다. 터빈을 제외한 주요 기자재와 설계·인허가·해상교통 안전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향후 해상풍력의 기틀을 닦았다.

김 부사장은 “터빈을 제외하고 타워부터 하부구조물, 해저케이블, 육상 변전소까지 대부분 국내 기업 제품을 사용했다”며 “해상풍력 공급망 구축에 기여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진철 SK이노베이션 E&S 부사장(사진=한국풍력발전협회)
김진철 SK이노베이션 E&S 부사장(사진=한국풍력발전협회)
◇점점 커지는 해상풍력 규모…안정적 건설과 전력망 조기 확보 ‘과제’

문제는 앞으로다. 96MW 규모의 1단지와 달리 후속 사업은 규모가 크게 커진다. 서해에는 전남해상풍력 1단지에 이어 전남해상풍력 2·3단지를 비롯해 다수의 해상풍력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남해상풍력 2·3단지는 각각 약 399MW급으로 개발 중이다. 2026년 8월 환경영향평가를 마쳤으며 올해 하반기 해상풍력 고정가격 경쟁입찰 참여가 예정돼 있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2028년 착공해 2031년 상업운전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다.

1단지가 국내 민간 해상풍력의 사업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2·3단지부터는 수백 MW급 사업을 안정적으로 확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특히 해상풍력 사업이 동시에 늘어나면서 발전설비를 짓는 것보다 생산한 전기를 육상으로 끌어와 수요처까지 보내는 전력망 확보가 더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신안군이 앞으로 가장 큰 과제로 꼽은 것도 전력망이다. 전남 3단지를 비롯해 9곳의 해상풍력 단지는 3GW 규모의 전력을 공동접속설비를 통해 신장성 변전소까지 보내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여러 발전사업자가 공동으로 이용하는 접속설비와 육상 송전망의 건설 시기를 발전소 준공 시점과 맞추는 것이 핵심이다. 발전단지는 완성됐는데 송전망이 갖춰지지 않으면 생산할 수 있는 전력이 있어도 제대로 보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해상풍력 확대의 또 다른 관문은 주민수용성이다. 발전단지와 송전설비가 대형화할수록 어민과 지역 주민 등 이해관계자와의 협의가 사업기간과 비용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안군은 2018년 전국 최초로 주민 이익 공유 조례를 만들고 태양광과 풍력 발전사업에 주민이 참여해 이익을 나누는 구조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정수 신안군 신재생에너지국장은 “주민들이 실제 이익을 공유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기면서 태양광이나 풍력 사업에 대한 참여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정수 신안군 신재생에너지국 국장(사진=한국풍력발전협회)
이정수 신안군 신재생에너지국 국장(사진=한국풍력발전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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