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오데사의 주택이 러시아의 공습을 받아 손상됐다. (사진=AFP)
게란 드론과 반데롤 순항미사일의 가격은 각각 약 10만달러(약 1억3400만원)로 추정된다. 개당 200만달러(약 27억원)가 넘는 미국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보다 크게 낮은 가격이다. 저가 무기의 성능을 끌어올리고 고성능 무기의 기능을 단순화해 가격과 성능 사이의 절충점을 찾았다는 평가다.
이에 서방의 방공 부담은 불어나고 있다. 미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값싼 드론과 미사일을 막는 데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이나 전투기 등 고가 장비를 투입해왔다. 공격 무기의 가격은 낮은 반면 이를 막는 비용은 높은 상황에서 신형 무기의 속도까지 빨라져 저비용 요격 수단 개발이 더욱 시급해졌다.
게란 드론은 당초 이란의 프로펠러식 샤헤드 드론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우크라이나가 장비와 훈련에 투자해 이에 대한 요격 능력을 높이자 러시아는 추진 방식과 항법·통신 장비를 개량해 속도를 끌어올렸다. 최신형 게란-5는 외형도 기존 샤헤드보다 미사일에 가깝다. 마이크 모닉 드론섹 마이크 모닉 최고경영자(CEO)는 게란-5가 사실상 저가형 순항미사일이라며 게란-5를 요격하기 위해선 기존 프로펠러 드론에 맞게 구축한 방공망을 개선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러시아의 신무기 개발을 뒷받침한 핵심 요인으로는 값싼 중국산 부품 공급망이 꼽힌다. 우크라이나 당국과 드론섹은 격추된 무기의 잔해를 분석한 결과 러시아가 제트엔진과 항법 컴퓨터, 통신용 전자장비를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들 부품 상당수는 민간과 군사 목적으로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이중 용도 제품이다. 러시아 기술진은 이를 조합해 전자전에 강한 안테나와 전파 방해를 견디는 통신망 등을 구현한 것으로 분석됐다. 우크라이나 당국 등은 중국산 부품이 국제 제재를 위반해 공급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전쟁에 사용될 수 있는 기술의 수출을 규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부품 확보뿐 아니라 개발과 생산을 연결하는 속도도 러시아의 강점이다. 카테리나 본다르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서방은 러시아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지만 러시아는 아이디어와 실험에서 생산으로 매우 빠르게 넘어갈 수 있다”며 서방 군대가 이러한 과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WSJ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정부 예산과 국영은행 자금을 방위산업에 집중 투입할 수 있도록 국가를 전쟁 수행 중심으로 재편한 점도 생산 확대의 배경으로 짚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제트 드론을 일찍 개발하는 등 기술적 대응력을 보여줬지만, 대량생산에 필요한 자원과 중장기 개발에 투입할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미국과 나토 역시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등 핵심 무기의 생산량을 늘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방 방산업계는 더 빠르고 저렴한 요격무기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에릭 슈밋 전 구글 CEO가 지원하는 업체의 ‘메롭스’ 요격기는 제트 추진 방식으로 재설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드론 제조업체에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오테리온도 협력사들과 고속 프로펠러 방식 및 제트 추진 방식의 요격기를 개발 중이다.
다만 저렴한 제트엔진을 확보하는 것은 걸림돌이다. 드론섹은 게란 드론에 사용되는 중국산 제트엔진의 가격을 4만5000달러 이하로 추산했다. 공격 무기 한 대를 격추하기 위해 통상 여러 대의 요격기를 투입한다는 점도 비용 절감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개별 요격무기의 성능 개선을 넘어 다양한 위협에 대응할 수 있도록 방공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러시아가 서로 다른 고도와 속도로 비행하는 드론과 미사일을 운용하는 만큼 방어 수단도 다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스틴 브롱크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연구원은 레이더 유도 대공포와 제트 훈련기 등 비교적 저렴한 장비를 활용하는 다국적 대드론 전문부대 구성을 제안했다. 그는 “본질적으로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면서도 “우리가 이에 대응하도록 최적화돼 있지 않을 뿐”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