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송유관 중단에 세계 원유 공급 4% 차질 우려

해외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14일, PM 05:15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의 핵심 송유관이 가동을 멈추면서 전 세계 원유 공급의 최대 4%가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수출 통로마저 막힌 가운데 주요 수출항에 남아 있는 원유 재고는 일주일 안팎을 버틸 수 있는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11일(현지시간) 드론 공격을 받은 사우디아라비아 동서송유관을 13일 촬영한 위성사진 (사진=AFP)
11일(현지시간) 드론 공격을 받은 사우디아라비아 동서송유관을 13일 촬영한 위성사진 (사진=AFP)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사우디 원유 구매자들과 트레이더들은 홍해로 연결되는 동서횡단 송유관이 수일 내 가동을 재개하지 못하면 수출용 재고가 소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송유관은 지난 11일 예맨 후티 반군의 드론 공격을 받은 뒤 가동을 중단했다.

동서횡단 송유관은 지난 6개월간 사우디의 원유 수출을 지탱해온 핵심 우회로다. 전쟁으로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주변국의 원유 수출이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사우디는 아라비아반도를 가로지르는 동서횓안 송유관을 이용해 하루 약 400만 배럴을 홍해 연안 얀부항으로 보내왔다. 이는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약 4%에 해당하는 물량에 해당한다.

당장은 항만에 비축한 원유로 수출을 이어갈 수 있지만 여유는 크지 않다. 사우디 수출 사정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 3명은 얀부항의 재고로 수출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이 5~7일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이집트 홍해 연안의 아인 수크나항과 지중해 연안의 시디 케리르항에도 사우디 원유가 비축돼 있으나, 이 역시 고객들에게 며칠간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다른 소식통은 설명했다.

업계가 추산한 저장능력은 얀부항이 약 3500만 배럴, 아인 수크나항과 시디 케리르항이 각각 1800만 배럴과 2000만 배럴이다. 다만 이는 시설의 최대 저장능력으로, 실제 재고는 이에 못 미친다. 소식통들은 송유관이 다시 가동되지 않으면 이들 항만의 비축 물량도 결국 바닥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복구 시점을 둘러싼 전망은 엇갈린다. 한 소식통은 수리에 최대 5~6주가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다른 소식통은 더 이른 복구가 가능하며, 수리 작업을 진행하면서 원유 수송을 부분적으로 재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 당국은 구체적인 피해 규모와 가동 재개 일정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사태는 사우디의 원유 공급이 이미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발생했다. 사우디가 지난주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보고한 8월 원유 생산량은 하루 620만 배럴로, 전쟁 발발 전인 2월의 1090만 배럴보다 감소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호르무즈해협과 홍해를 통한 수송 차질로 사우디의 8월 원유 공급이 30여 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홍해를 통한 수출에도 불안 요인이 남아 있다. 사우디 원유 수송을 위협해온 예멘 후티 반군은 송유관이 공격받은 11일 홍해 입구에 있는 섬 한 곳을 장악했다. 호르무즈 해협뿐 아니라 대체 수출 경로인 홍해에서도 운송 위험이 커진 것이다.

전쟁 전 중동 지역의 원유 공급량은 하루 약 2200만 배럴이었다. 업계 소식통들에 따르면 현재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원유 물량은 하루 600만~900만 배럴 수준에 머물고 있다.

사우디의 공급이 추가로 줄면 이미 심각한 세계 에너지 수급 불균형이 한층 악화할 전망이다. 로이터는 공급난으로 세계 연료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에 오르면서 각국의 물가 상승 압력이 커졌고, 미국 국채 금리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고 전했다. IEA는 올해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이 하루 570만 배럴, 약 6%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유가는 지난 7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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