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영국 통계청 집계 결과 65세 이상 취업자 1명당 16~24세 취업자는 올해 6월 2.17명으로 나타났다. 2000년대 초 10명에 육박하던 것이 4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즉 고령층 1명이 일할 때 곁에서 함께 일하던 청년이 20여년 전 10명에서 이제 2명으로 줄었다는 뜻으로, 청년 일자리가 그만큼 빠르게 사라지고 그 자리를 고령층이 채웠다는 의미다.
영국 런던 동부의 한 고용센터 앞에 구직자들이 줄지어 서 있다. (사진=AFP)
올해 초 영국의 65세 이상 취업자는 170만명을 넘어섰다. 이 연령대 고용률은 13.3%로 역대 최고다. 또 상당수가 국가연금 수급 연령을 넘긴 사람들이다. 기대수명이 늘고 건강 상태가 좋아지면서 은퇴 시기가 미뤄진 데다, 여전한 생활비 부담에 일터를 떠나지 못하는 이들도 많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조기 은퇴했던 베이비붐 세대도 일부가 다시 돌아왔다. 올해 스탠더드라이프 조사에서 은퇴자 6명 중 1명은 이미 복귀했거나 복귀를 고려하고 있었다.
기업도 고령 인력을 붙잡고 있다. 환경서비스업체 베올리아는 50세 이상 전용 채용 페이지를 열어 유연근무와 무료 물리치료를 내걸었고, 보험사 악사는 50세 이상 재교육 과정을 운영한다. 광고회사 덴쓰는 이 연령대를 겨냥한 견습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브루나 스카리차 모건스탠리 영국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고령층이 소득을 보태려 저숙련·저임금 분야에서 시간제로 일하는 경우도 있다”며 “과거였다면 청년에게 갔을 일자리”라고 말했다.
◇청년 고용률 50.7%…100만명이 ‘니트’
청년층 사정은 정반대다. 16~24세 고용률은 올해 6월 50.7%로 주저앉았다. 청년 둘 중 하나만 일하고 있다는 뜻이다. 2022년 이후 4%포인트 넘게 떨어졌는데, 코로나19 팬데믹이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맞먹는 낙폭이라고 영국 재정연구소(IFS)는 분석했다.
같은 시점 25~34세는 84.5%, 35~49세는 85.1%, 50~64세는 72.2%로 모두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1992년 이후 고용률이 뒷걸음질친 연령대는 청년층뿐이다.
일도 학업도 하지 않는 16~24세는 100만명에 육박했다. 이른바 ‘니트’(NEET) 위기로 영국에선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청년 실업률도 10여년 만의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반면 신입 일자리는 급감했다. 이에 일부는 노동시장 진입을 미루려 대학에 등록하고 있다.
영란은행(BOE)은 이런 상황을 ‘저채용 저해고’ 노동시장이라고 규정했다. 성장이 둔하고 대외 여건이 불안해지면서 기업이 신규 채용을 꺼리고 기존 인력도 내보내지 않는 구조다. 벤 해리슨 랭커스터대 워크파운데이션 소장은 은퇴를 미루는 근로자가 늘면 청년 일자리 창출에 “파급 효과”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앤디 버넘 총리는 청년 실업을 우선 과제로 삼고 최저임금 일자리 보조 프로그램을 확대했다. 노동당 성향 싱크탱크인 공공정책연구소(IPPR)는 최근 보고서에서 청년 근로자의 세 부담을 줄이고 부동산 등 자산에 과세해 연금 수급자 쪽으로 옮기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청년층은 AI와도 경쟁
기술 변화도 세대 간 희비를 가른다. 인공지능(AI)이 그동안 신입 사원에게 맡기던 업무를 떠안으면서, 경험을 갖춘 고령 인력의 가치는 되레 올라갔다. 채용정보업체 인디드에 따르면 전체 채용 공고에서 신입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이후 절반으로 줄었다.
해리슨 소장은 “AI는 당신의 근로 생애를 늘려줄 수 있다”며 “하지만 젊은 사람에게는 훨씬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말했다. 알레산드로 데 아르칸젤리스 루이스실킨 선임연구원은 “주니어 직원을 없애고 AI로 대체하고 싶다고 찾아오는 고객사가 여럿”이라고 전했다.
재택근무도 걸림돌이다. 미국 뉴욕연방준비은행은 청년 대졸자 실업 증가의 상당 부분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가 확산한 탓이라고 분석했다. 원격으로는 교육과 육성이 어려워 기업이 신입 채용을 주저한다는 것이다.
데 아르칸젤리스 연구원은 “밀레니얼 세대인 나는 ‘신입을 뽑는데 경력 5년이 필요하다’던 옛 농담을 기억한다”며 “그런 역설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