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펄펄 끓는데…트럼프, 탄소 규제 없앤다

해외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15일, AM 07:53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기후 규제를 폐기하기로 했다. 가스·석탄 발전소의 온실가스 배출을 제한해온 핵심 족쇄가 풀리게 되는 셈이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위기가 심화한 가운데 나온 정책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에 있는 석탄화력발전소 밀크리크 발전소의 모습. (사진=AFP)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에 있는 석탄화력발전소 밀크리크 발전소의 모습. (사진=AFP)
1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 환경보호청(EPA)은 이날 발전소 온실가스 배출 규제를 없애겠다고 발표하면서, 이 방안이 확정되면 3000억달러(404조5500억원) 이상을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폐기 대상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도입된 기후 규제다. 발전소가 탄소포집·저장(CCS) 같은 기술을 쓰도록 의무화해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줄이도록 한 내용이다.

EPA는 온실가스가 전 지구적 성격을 지닌 데다 잠재적 피해 역시 “불확실하고 추측에 가까우며 (인과관계가) 멀고 복잡하게 얽혀 있어 미국 발전소와 연결짓기 어렵다”며 “EPA의 권한과 청정대기법으로 규제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다”고 주장할 방침이다. 이 규정이 확정되면 앞으로 들어설 다른 행정부가 발전소 온실가스를 다시 규제하는 것도 막을 수 있다.

리 젤딘 EPA 청장은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에너지 회의 연설에서 “현실은 미국이 세계 어느 곳보다 에너지를 더 잘, 더 깨끗하게 생산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발전소가 이처럼 터무니없이 표적이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에런 서보 EPA 차관보도 “석탄과 천연가스를 무너뜨리려 했던 버락 오바마·바이든 전 행정부의 세월은 끝났다”며 “오늘 조치 덕분에 미국의 농장과 기업들은 더 싼 전기를 쓰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후변화를 “사기”라고 불러온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취임 이후 전속력으로 환경 규제를 걷어내고 있다. 자동차 배기가스와 가전제품 배출 규제를 없앤 데 이어, 온실가스가 위험하다고 못 박은 과학적 판단인 ‘유해성 판단’(endangerment finding)까지 폐기했다.

다만 수은과 산성가스, 이산화황·질소산화물 배출에 관한 일부 규제는 그대로 남는다. 주(州) 정부 차원의 규제도 유지된다.

이번 조치는 천연가스·석탄 등 화석연료를 중심으로 미국의 전력 생산을 늘리겠다는 구상의 일환이다. 관련 업계는 기후 규제 탓에 발전소와 탄광이 문을 닫았다고 불만을 제기해왔고, 반대 진영은 화석연료가 대기와 수질을 악화시킨다고 맞서왔다.

미국 발전 연료원에서 천연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40%를 갓 넘는다. 석탄은 최근 수십년간 사용량이 급격히 줄어 현재 5분의 1에도 못 미친다. 미 에너지부에 따르면 같은 양의 전기를 만들 때 석탄은 천연가스보다 약 2배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천연가스 역시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나 원자력과 비교하면 배출량이 훨씬 많다.

환경단체들은 소송으로 맞서겠다고 예고했다. 메러디스 행킨스 천연자원보호위원회(NRDC) 연방기후법률국장은 “트럼프 행정부는 최대 오염 유발자들을 풀어줘 어느 때보다 더 큰 피해를 입히도록 하고 있다”며 “우리 가족의 건강과 국가의 이익을 위해 이는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방식으로도 석탄 사용을 늘리려 하고 있다. 폐쇄 예정일이 한참 지난 석탄화력발전소에 계속 가동하라고 명령한 것이 대표적이다. 다만 연방항소법원은 지난주 미시간주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를 막은 행정부 명령이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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