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법, 트럼프 '우편투표 제한' 제동…긴급신청 기각

해외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15일, AM 11:45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미국 연방대법원이 14일(현지시간) 사실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우편투표 제한’ 시도에 제공을 걸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대법원은 미 연방우정청(USPS)이 우편투표용지를 겨냥해 도입한 새 규정을 시행하도록 허용해 달라는 법무부의 효력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앞서 매사추세츠 연방지방법원과 연방항소법원은 USPS의 우편투표 제한 규정 시행을 중단시켰고, 트럼프 행정부는 법적 다툼이 진행되는 동안 하급심 결정을 해제해달라고 대법원에 요청한 바 있다.

대법원은 결정문에서 “정부가 지방법원의 예비적 금지명령에 대한 이의제기에서 본안상 승소할 가능성이 낮다”고 밝혔다. 보수 성향의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은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과 함께 이날 결정에 반대 의견을 냈다. 현재 미 연방대법원은 보수 성향 대법관이 6명, 진보 성향 대법관이 3명으로 보수 우위 구조다.

보수 성향의 브렛 캐버노 대법관은 별도 동의 의견에서 “해당 규정이 USPS 권한 범위에 포함될 상당한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주와 지방 선거 당국이 2026년 선거 이전에 해당 규정을 합리적으로 시행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없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로이터)
트럼프 대통령이 소속된 공화당은 중간선거에서 의회 장악력을 유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러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자들이 공화당 지지자보다 우편투표를 상대적으로 더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우편투표를 제한할 경우 공화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새 규정에 따르면 각 주는 우편투표용지 수령자 명단을 USPS에 제출해야 하며, 발송 및 회송용 투표 봉투 역시 USPS이 승인한 형태를 사용하고 고유 바코드를 부착해야 한다. USPS는 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제출된 명단에 포함돼 있지 않은 유권자와 연계된 투표용지의 배송을 거부할 수 있다.

일각에선 중간선거가 임박한 상황에서 이 계획이 합법적인 우편투표용지 수천 장의 배송을 방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여러 주가 곧 유권자들에게 우편투표용지를 발송할 예정이라는 점에서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 서명한 행정명령은 우편투표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토안보부에 선거일 기준 18세 이상인 사람들의 ‘주별 시민권자 명단’을 작성해 주 선거관리 당국에 보내도록 지시했다. 주 선거관리 당국이 이를 활용해 시민권자가 아닌 사람을 유권자 등록 명부에서 삭제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또 USPS에는 명단에 이름이 없는 사람에게 우편투표용지를 발송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패배한 2020년 대선에서의 부정선거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며 우편투표 제한을 포함해 다양한 선거 통제 권한 확대 조치를 취하고 있다. 우편투표에 대해서 그는 광범위한 부정선거를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연방법원이 트럼프 대통령 행정명령을 본안 판결까지 집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가처분 명령을 내리면서 우편투표 제한 정책은 일시 중단됐으나 지난달 24일 연방대법원이 하급심 결정을 뒤집으면서 행정명령 효력이 회복됐다.

이후 민주당 우위 24개 주·워싱턴 정부는 또다시 소송을 제기했고, 연방법원이 이를 인용하는 취지의 USPS 규정 시행 금지 가처분 명령을 연달아 내리면서 또다시 멈춰섰다.

USPS 규정에 이의를 제기한 원고 중 하나인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의 투표권 프로젝트 책임자인 소피아 린 레이킨은 이날 대법원의 결정을 환영했다. 레이킨은 “이 행정부는 계속해서 자신의 권한이 어디까지인지를 시험하고 있다”며 “마치 선거를 규율하는 규칙들이 대통령의 의제에 맞지 않을 경우 무시해도 되는 단순한 권고사항인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규정에 반대해 소송을 제기한 주 가운데 하나인 캘리포니아주의 개빈 뉴섬 주지사도 “오늘은 민주주의와 법치, 그리고 헌법이 보장한 투표권을 행사하려는 미국 국민에게 좋은 날”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 집권 2기 이후)지난 20개월 동안 이어진 트럼프 대통령의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은 미국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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