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월스트리트저널)
엘니뇨의 강도를 가늠하는 태평양 수온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자료를 보면 올여름 동중부 태평양 수온은 관측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전망대로 수온 상승이 이어지면 과거 강력한 엘니뇨가 발생했던 1982년과 1997년, 2015년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엘니뇨는 수년마다 발생해 약 1년간 지속되는 기상 현상이다. 평년에는 따뜻한 바닷물이 서태평양에 집중되지만 엘니뇨가 발생하면 이 해수가 남미 방향인 동쪽으로 이동한다. 과학자들은 동중부 태평양의 수온 변화를 토대로 엘니뇨의 강도를 판단한다.
영향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따뜻한 바닷물이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열대성 강우 지역도 함께 움직여 동태평양에서 허리케인이 발달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됐다. 콜로라도주립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북동태평양에서 이름이 붙은 폭풍은 이맘때 평균보다 약 40% 많다.
하와이에서는 올여름 허리케인 랄라와 로웰이 강풍과 홍수를 일으켰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올해 50만에이커(약 2023㎢)가 넘는 지역이 산불로 탔다. 학교가 문을 닫았고 대기오염은 싱가포르와 필리핀까지 영향을 미쳤다. 인도네시아는 강력한 엘니뇨가 발생했던 1997년과 2015년에도 대규모 산불 피해를 겪었다.
태평양에서 시작된 변화는 대기 흐름을 타고 다른 지역으로 번진다. 따뜻한 바닷물에서 발생한 공기가 상승한 뒤 북쪽과 동쪽으로 이동해 아열대 제트기류를 강화한다. 북미 상공을 지나는 제트기류가 강해지면 미국 남부에 더 많은 비와 폭풍이 발생할 수 있다.
폭우 내린 목포 도로 (사진=연합뉴스)
반대로 남부 아프리카와 중앙아메리카에서는 가뭄과 이에 따른 식량난이 우려된다. 에밀리 베커 미국 마이애미대 대기과학자는 남부 아프리카에서 엘니뇨가 발생하면 가뭄이 나타나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식량 불안 때문에 피해가 상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엘니뇨의 영향으로 내년까지 급성 식량불안을 겪는 사람이 전 세계에서 약 5000만명 추가될 수 있다고 최근 추산했다. 특히 남부 아프리카와 중앙아메리카가 위험 지역으로 꼽혔다.
다만 모든 지역에서 기상재해 위험이 커지는 것은 아니다. 엘니뇨는 태평양의 사이클론 발생에는 유리하지만 북대서양의 허리케인 발생을 억제할 수 있다. 태평양에서 상승한 따뜻한 공기가 열대 대서양 방향으로 고고도 바람을 일으켜 수직 바람시어를 강화하기 때문이다. 필 클로츠바흐 콜로라도주립대 허리케인 예보관은 수직 바람시어가 지나치게 강하면 허리케인의 구조가 무너진다고 설명했다. 북대서양에서는 통상 이맘때까지 3개가 넘는 허리케인이 발생하지만 올해는 아직 한 건도 없었다.
엘니뇨는 피해가 집중될 지역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비가 가능하다. 베커 교수는 “재난은 항상 발생하지만 엘니뇨가 있는 해에는 어디에서 발생할지 실제로 알 수 있다”며 “우리는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