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1일 대만 타이중에 있는 드론업체 선더타이거그룹 본사에 폭탄 투하용 드론이 전시돼 있다. (사진=AFP)
보도에 따르면 헬스케이프 작전은 이름처럼 지옥도를 만들겠다는 구상으로, 중국군 공격 개시와 동시에 공중·수상·수중 드론을 대량 투입하는 작전이다. 통신이 교란돼도 드론은 관성항법과 영상 인식, 인공지능(AI)으로 표적을 골라 방어망을 피하며 함께 중국 함정을 공격한다. 침공을 막진 못해도 중국의 비용을 키우고 미군이 대만에 도착할 시간을 벌 수 있다.
조 바이든 전 행정부 때 구상된 이 계획은 우크라이나·이란 전쟁의 교훈을 담았다. 양국 지휘관들은 중국이 2030년 이전에 공격할 가능성은 낮고, 중국의 군사력 증강을 감안해도 승산이 높아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 전략가들도 공격 측에 필요한 화력을 방어 측의 3배에서 20~30배로 고쳐 잡았다.
대만은 반도체·제조업 역량을 갖췄고 지난달 미국산 드론 2000대를 구매했다. 또 해상 드론과 AI 떼 공격 기술도 미국과 공동 개발 중이다. 헬스케이프에 필요한 저가 자율 무기는 대만 민간업체들이 만들고 있다. 2015년 해상풍력 장비업체로 출발한 어웨어오션은 표적을 식별해 폭탄을 떨어뜨리거나 떼로 자폭 공격하는 해군용 수중 드론 시제품을 개발했다. 대표는 드론 뒤쪽을 가리키며 “폭탄은 저기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란 드론을 18개월 만에 역설계했고 국방부는 내년까지 저가 드론 20만대를 살 계획이지만, 시험 적체와 중국산 외 부품 부족으로 속도가 더디다. 해상 드론은 한 번 명중으로 군함을 침몰시킬 수 있어 필요 수량이 적지만 대부분 실험 단계로 생산량이 미미하다고 마이클 호로위츠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지적했다.
◇트럼프 협상카드·미 무기 재고 고갈이 변수
문제는 미국의 의지와 생산 능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베이징에서 먼 곳에서 싸우는 것의 타당성을 문제 삼으며 대만 무기 판매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협상카드로 쓰겠다고 했다. 오는 24일 시 주석 방미를 앞두고 지난 1월 의회가 승인한 140억달러(약 19조 918억원) 규모 무기 패키지도 보류 중이다. 대만은 무역 합의를 위한 추가 양보와 이란 전쟁에 따른 무기 인도 지연을 걱정한다.
지지자들은 의회의 초당적 지지와 미 AI 산업에서 대만의 중요성에 기대를 건다. 반면 공화당 내 대만 포기론과 해외 전쟁에 대한 여론 반감, 아시아 동맹과의 관계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드론이 대형 무기를 대체할 수도 없다. 드론은 중국 요격미사일을 소진시켜 미군 공격을 돕는 역할인데, 이란 전쟁으로 미군 전력이 태평양에서 빠지고 정밀 미사일 재고도 바닥났다. 재고 복구엔 수년이 걸려 시 주석이 이르면 대만 총통 선거가 있는 2028년에 도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퇴임 약 10개월 전이다.
미국이 대만에 무기를 쌓아두면 중국과 마찰이 불가피하다. 한 전직 국방부 관리는 “대만군을 충분히 훈련시키고 무장시키는 게 더욱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대만 생산력 부족…중국도 대응 모색
대만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중국산 부품 없는 드론 산업 육성에 나섰다. 2032년까지 자국산 공격 드론 20만8000대와 자폭 무인정 1320척을 확보할 계획이지만, 친중 성향 제1야당 국민당의 반대로 관련 예산이 지난달에야 통과됐다. 국민당이 2028년 재집권하면 추가 지연도 우려된다. 드론 사업에 참여하는 천핑헤이 대만대 교수는 “실제 위기가 닥치면 우크라이나처럼 일정이 크게 앞당겨지겠지만 지금은 인력과 예산이 분명히 부족하다”며 공중 드론 400만대와 해상 드론 1만대가 필요하다고 봤다.
대만군 내부에선 드론 투자가 패트리엇 미사일 같은 대형 무기 도입을 밀어낼 수 있다는 회의론도 나온다. 최근 중국 해관(세관) 선박이 대만 동쪽을 정기 순찰하는 만큼 봉쇄 대응용 전투기·군함이 필요하다거나, 본토를 조기 타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중국은 처음엔 헬스케이프를 ‘정신병적 계획’이라며 미국을 종이호랑이라고 조롱했다. 인민해방군은 드론 수와 생산력에서 압도적 우위를 유지하며 대만 주변 훈련에서 무인 체계를 시험하고 러시아에서 드론 작전 훈련도 받고 있다.
하지만 시 주석의 숙청으로 내년까지 침공 준비를 마치라는 지시 이행이 어려워진 가운데, 침공 계획을 고치고 드론 대응 무기에 투자해야 한다는 주장이 중국에서 나온다. 헬스케이프 지지자들은 중국을 완전히 꺾을 필요 없이 시 주석에게 빠르고 값싼 승리는 불가능하다는 점만 확신시키면 된다고 강조한다.
레이먼드 그린 미국재대만협회(AIT) 타이베이사무처장은 지난 9일 “무인 체계는 오늘날 전쟁에서 1차 세계대전의 기관총, 2차 세계대전의 탱크와 같은, 판도를 바꾸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