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7일 러시아의 드론·미사일 공격 당시 우크라이나 키이우 상공을 비행하는 이란 설계 샤헤드-136 드론. 러시아군은 이 드론을 '게란-2'라는 이름으로 사용하고 있다. (사진=AFP)
걸프 국가들은 이미 수십년간 첨단 방공망에 500억달러(약 68조 1850억원)를 썼지만, 패트리엇 미사일이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같은 기존 체계는 탄도미사일 대응용이다. 이란의 ‘샤헤드’ 드론은 느리지만 낮게 날아 레이더를 피하고, 비행 중 방향을 바꿔 예상치 못한 각도에서 떼로 몰려온다.
비용 부담도 크다. 샤헤드 한 대는 3만달러(약 4091만원)에 불과하지만 최신형 패트리엇 PAC-3 미사일은 한 발에 400만달러(약 54억 5480만원)가 넘는다. 블룸버그는 미국과 걸프 동맹국들이 전쟁 기간 PAC-3를 2500발 이상, 최소 100억달러(약 13조 6370억원)어치 쓴 것으로 추산했다. 일부 국가는 궁여지책으로 아파치 공격헬기를 띄워 기관총으로 드론을 격추하기도 했다.
시장 규모는 수백억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걸프 각국엔 군사시설과 에너지 시설, 공항 등 여러 겹의 방어가 필요한 시설이 수백곳씩 있고, 한 곳을 지키는 데 수백만달러가 든다. EOS는 올여름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드론 격추용 30㎜ 기관포 ‘슬링어’ 1억2400만달러(약 1690억 9880만원)어치를 수주했다.
걸프 국가들은 단순 구매를 넘어 합작 생산도 원하고 있다. 크리그 교수는 “걸프 국가들은 더 이상 고객으로 남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한 건 자립과 회복력을 키우는 것이고, 합작투자로 자체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도 그 일부”라고 설명했다. 서방에서 고가 요격미사일을 제때 받지 못하자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튀르키예 바이카르로 눈을 돌렸다.
러시아와 4년 넘게 전쟁을 치르며 드론 방어 노하우를 쌓은 우크라이나 업체들에도 기회가 열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사우디, UAE, 카타르와 방산 협력 협정을 맺었다. 걸프 국가들은 센서와 전자전 장비, 요격체, 소프트웨어, 숙련된 운용 인력을 겹겹이 엮은 우크라이나식 방공 모델을 본보기로 삼고 있다.
다만 공개된 상업 계약은 아직 없다. 우크라이나 체계는 숙련된 운용 인력에 크게 의존해 교육 부담이 크고, 러시아와의 전쟁에 쓸 수 있는 무기의 해외 판매를 정부가 막고 있어서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걸프 지역 대드론 판매를 서두르고 있다. 쿠웨이트에 안두릴 대드론 체계를 보내는 20억달러(약 2조 7274억원) 규모 거래도 이미 승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안두릴에 투자한 투자회사의 파트너이기도 하다.
대드론 수요는 민간 기반시설로도 번지고 있다. 실제로 미 드론업체 파워러스는 최근 중동의 한 석유·가스시설 방어 계약을 따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로버트 톨라스트 연구원은 “우크라이나에는 실질적인 위험이 있다”며 “경쟁이 극도로 치열한 환경”이라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