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인공지능(AI) 개발 속도를 늦추자는 미국 기업들의 제안이 미·중 기술 주도권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중국은 AI 안전 규제가 미국의 기술 우위를 굳히기 위한 수단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AI 개발 속도조절에 반대하면서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스마트폰에 설치된 생성형 AI 앱. (사진=AFP)
15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딥시크 개발자 류성위는 최근 개인 위챗을 통해 “앤스로픽이나 오픈AI가 최첨단 AI를 개방적이고 저렴하게 제공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특히 앤스로픽이 가장 진보된 범용 인공지능(AGI) 기술을 선점하는 것은 히틀러와 나치 독일이 연합군보다 먼저 원자 폭탄 기술을 손에 넣는 정도로 심각하”라고 주장했다.
류성위는 “설령 내가 포기하거나 모델 훈련을 고의로 방해해 지연시킨다고 해도 다른 회사 모델은 계속 발전해 결국 나를 가차 없이 제압할 것”이라며 “모두가 스스로를 파멸시키는 데 집착하는 상황에선 나 역시 잔혹한 군비 경쟁에 참가할 수밖에 없다”고 썼다.
이어 “디스토피아에서는 소수의 테크기업이 대부분의 자원을 통제하고 극소수의 사람이 가장 선진적인 AI와 각종 과학·기술을 사용하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매우 미약한 AI만 쓸 수 있을 것”이라며 “계층 간 이동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류성위의 글은 미국 AI 기업을 중심으로 AI 개발 속도를 늦추는 안전 규칙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화제가 됐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최고경영자(CEO)는 AI 성능이 안전장치 마련 속도보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며 외부 평가자의 검증과 공동 안전기준 도입을 촉구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일론 머스크 xAI CEO도 제안에 동조했다.
중국 측은 이러한 구상에 중국의 추격을 막으려는 의도가 담겼다고 반발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13일 논평에서 아모데이의 제안을 ‘조용한 AI 냉전’이라고 비판했다. 기술 장벽과 규제 주도권을 이용해 미국의 우위를 유지하고 중국을 국제 AI 규칙 수립에서 배제하려는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독립 연구 플랫폼인 둥부야차오연구소도 “업계 규칙이 확립되기 전에 (미국이) 통제권을 확보하려는 시도”라고 해석했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공포 조장과 대립, 악의적인 경쟁은 건전한 국제 AI 관리체계 구축을 방해할 뿐”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미국이 AI 개발을 제한하면 중국에 경쟁 우위를 넘겨줄 수 있다는 이유로 AI 속도조절론을 일축했다. 그는 “AI가 세계를 장악하고 인류를 파괴할 것이라는 주장과 그 밖의 모든 부정적인 이야기는 사기극”이라며 “AI와 데이터센터를 겨냥한 병적인 음모가 벌어지고 있으며, 이를 반기는 유일한 곳은 중국”이라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