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차별했다"…美, 남아공 관리 등 비자 제한

해외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16일, PM 04:51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백인 소수자 차별에 관여했다고 보는 인물들의 비자 발급을 제한하기로 했다. 남아공 정부가 백인을 박해하고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주장을 둘러싸고 양국 갈등이 한층 격화하는 양상이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사진=AFP)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사진=AFP)
15일(현지시간) BBC방송에 따르면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남아공에서 “인종에 기반한 차별을 조장하거나 폭력을 선동하거나, 보상 없는 토지 몰수를 가능하게 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비자를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남아공 정부가 앞서 제기된 우려를 제대로 해소하지 않았다”고 이유를 밝혔다. 구체적인 제재 대상자는 공개하지 않았다.

루비오 장관은 같은 날 소셜미디어에도 글을 올려 남아공 정부가 네덜란드·프랑스계 정착민 후손인 백인 ‘아프리카너’ 소수자에 대한 “인종적 원한”을 추구하고 있다며, 부당한 일에 책임 있는 이들은 “미국에 설 자리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은 이런 행태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남아공 미국대사관은 남아공과의 대화가 한계에 이르렀다며 추가 조치를 예고했다. 대사관은 “이번 비자 제한 정책은 이 문제에 대한 미국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줄 일련의 강경 조치 가운데 첫 단계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입국이 미국 외교정책에 해가 될 수 있는 외국인의 입국을 국무장관이 막을 수 있도록 한 이민법 조항에 근거한다.

남아공 정부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그동안 백인을 박해하거나 토지를 빼앗고 있다는 미국의 주장을 줄곧 부인해왔다. 이른바 ‘백인 집단학살’ 주장은 믿을 만한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며, 남아공의 최신 범죄 통계에서도 백인이 다른 인종보다 강력범죄 피해를 더 많이 입었다는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양국 관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초 재집권한 뒤 줄곧 악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아공 원조를 삭감하고 남아공 대사를 추방했으며,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이 예외적인 경우 보상 없이 토지를 수용할 수 있도록 한 법에 서명하자 아프리카너에게 난민 지위를 제안했다.

이 법은 공익을 위해 재산을 수용하고 보상액을 ‘0’으로 정할 수 있는 경우를 규정했지만, 대부분은 소유주와 먼저 합의를 시도해야 하고 분쟁은 법원으로 갈 수 있다. 남아공에선 흑인 다수가 토지를 빼앗겼던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가 끝난 지 30년이 넘었지만, 인구의 7% 남짓인 백인이 여전히 사유 농지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어 토지 문제가 매우 민감하다.

남아공은 관계 회복을 시도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백인 연정 인사와 유명 백인 골프선수까지 포함한 대규모 대표단을 이끌고 백악관을 찾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자리에서 백인 농민들이 살해되고 박해받는다며 근거가 입증되지 않은 자료를 내밀었다. 이후 미국은 지난해 8월 남아공산 수입품에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최고 수준인 30% 관세를 부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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