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시위에서 한 젊은 여성이 '남성 우월주의는 끝났다'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AFP)
WEF는 정치 참여, 경제 참여와 기회, 건강과 생존, 교육 성취 등 4개 분야를 종합해 성별 격차를 평가한다. 분야별로 완전한 평등까지 걸리는 기간은 교육 8년, 경제 참여와 기회 129년, 정치 참여 194년으로 각각 추산됐다.
사디아 자히디 WEF 총괄이사는 “성평등은 달성 가능하다. 모든 소득 수준의 국가가 진전을 이뤘으니 걸림돌은 자원 부족이 아니다”라며 “속도를 내려면 정부와 기업이 효과가 입증된 정책을 배우고 더 빨리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별로는 유럽이 격차의 75.7%를 해소해 1위 자리를 되찾았고 북미(75.2%)가 뒤를 이었다. 중동·북아프리카는 62.5%로 가장 뒤처졌지만 출발이 늦었을 뿐 2020년대 들어 가장 적극적으로 개혁에 나선 지역이 됐다.
국가별로는 아이슬란드가 격차의 93%를 해소해 17년 연속 1위를 지켰다. 격차를 90% 넘게 없앤 나라는 아이슬란드가 유일하다. 핀란드와 노르웨이, 나미비아, 영국이 뒤를 이었고, 호주는 처음으로 10위 안에 들었다.
한국은 145개국 가운데 101위로 지난해와 같은 순위에 머물렀다. 점수는 0.693으로 0.006점 올랐다. 분야별로는 정치 참여가 92위에서 80위로 올랐지만, 경제 참여와 기회는 114위에서 120위로 밀렸다. 교육은 97위, 건강과 생존은 34위였다. 여성의 추정 소득은 남성의 53% 수준이었고, 고위 공직자·관리직 중 여성은 18.1%에 그쳤다. 동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선 중국(96위)보다 낮고 일본(117위)보다는 높았다.
전 세계적으로 지난 20년간 가장 크게 개선된 분야는 정치 참여다. 여성 장관 1명당 남성 장관 수는 2006년 8.1명에서 4.3명으로 줄었고, 의회에서도 여성 1명당 남성 의원 수가 5.6명에서 3명가량으로 낮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4개 분야 중 평등까지 가장 멀고, 뒷걸음질 조짐도 가장 뚜렷하다. 점수는 2016년보다 낮고 지난 1년 새 0.4%포인트 더 떨어졌다. 여성이 국가원수인 나라의 비율은 2022년 27%로 반세기 만의 최고치를 찍은 뒤 2016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기업 고위직에선 여성이 최고경영자(CEO)의 19.1%,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최고운영책임자(COO)의 약 4분의 1을 차지했다. 인사책임자 자리는 약 3분의 2를 여성이 맡았지만, 최고정보책임자(CIO)는 5분의 1, 최고기술책임자(CTO)는 10분의 1에도 못 미쳤다.
인공지능(AI) 분야에선 모든 직급에서 여성이 소수였다. AI 엔지니어 가운데 여성은 19.3%에 그쳤고, 엔지니어보다 보수가 낮은 데이터 라벨링 업무에 주로 쏠려 있었다.
링크트인의 수 듀크 글로벌 공공정책 총괄은 “리더십 부문의 성평등 진전이 4년째 멈춰 있다”며 “지금 추세라면 오늘 태어난 여자아이들은 평생 고위직에서 동등한 대표성을 보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AI 분야에서 일하는 여성에겐 문제가 더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