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유가·나랏빚 사이 고심

해외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16일, PM 07:08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각국 정부가 기름값과 나랏빚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다. 연료 가격을 올리면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보조금으로 가격을 억누르면 재정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연료 부족은 운수업계의 운행 중단과 공장 가동 차질로 번져 생계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뉴욕타임스(NYT)는 15일(현지시간) 국제유가가 최근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면서 아시아·유럽·중남미 등에서 연료비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잇따른다고 보도했다. 중동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고 부채 부담이 큰 개발도상국은 대응 여력이 더 부족하다.

인도네시아는 보조금 부담과 연료 부족을 동시에 겪고 있다. 남술라웨시주 마카사르에서는 당국이 차량번호 홀짝에 따라 주유를 제한하자 택시기사들이 반대 시위에 나섰다. 정부는 부유층과 중산층을 연료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쟁 전 배럴당 약 70달러를 전제로 예산을 짰지만 유가가 이를 크게 웃돌면서 지원 부담이 불어났다.

스리랑카 정부도 연료 가격 인상과 보조금 추가 지급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가격 상승을 예상해 공급량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이미 국가부채 부담이 큰 상황에서 정부가 재정을 더 투입하기도 쉽지 않다. 가격을 올린 나라에서는 시민들이 거리로 나왔다. 시리아 정부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을 일시적으로 최대 40% 인상한다고 발표하자 몇 시간 만에 시위대가 도로를 막고 인상 철회를 요구했다. 포르투갈에서는 경유 가격이 갤런당 9달러를 넘어서자 운전자들이 경적을 울리며 저속 운행 시위를 벌였다. 과테말라에서도 운수 노동자와 원주민 활동가들이 거리행진에 나섰고 일부 단체는 유류세 부과 중단을 요구했다.

일회성 지원으로는 반발을 달래기 어려운 모습이다. 필리핀 정부는 대중교통 기사들에게 약 80달러(약 11만원)를 지급하는 방안을 내놨지만 버스와 차량호출 서비스 기사들은 운행을 중단했다. 베트남에서도 그랩 기사들이 연료비 상승에 따른 수입 감소를 이유로 운행 거부를 주장하고 있다.

연료난은 생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액화천연가스(LNG) 부족으로 정전이 발생하고 의류공장 가동에 차질이 생겼다. 원유뿐 아니라 가스 공급 불안까지 겹치면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산업 전반의 부담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사나 자프리 호주국립대 강사는 “개발도상국들이 이러한 지정학적 위기를 관리할 수 있는 재정 여력이 얼마나 되겠나”며 “어느 시점이 되면 세계 금융 시장 모두의 문제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14일(현지시간) 시리아 북부에서 시위대가 타이어를 불태우며 연료 가격 인상에 항의하고 있다. (사진=AFP)
14일(현지시간) 시리아 북부에서 시위대가 타이어를 불태우며 연료 가격 인상에 항의하고 있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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