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 수출길 막히자…사우디, 오만 앞바다서 원유 우회 공급

해외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17일, AM 07:57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핵심 송유관 피격으로 홍해를 통한 원유 수출에 차질을 빚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오만 앞바다에서 선박 간 환적을 통한 아시아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호르무즈해협 안쪽에서 원유 선적을 늘린 뒤 해협 밖인 오만 소하르항 인근에서 다른 선박으로 옮겨 싣는 방식이다.

사우디아라비아 헤자즈 지역의 동서 파이프라인 시설을 보여주는 위성 이미지.(사진=로이터)
사우디아라비아 헤자즈 지역의 동서 파이프라인 시설을 보여주는 위성 이미지.(사진=로이터)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가 아시아 장기계약 고객들에게 소하르 앞바다에서 원유를 공급하겠다고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공급 대상에는 사우디의 주력 유종인 아랍라이트를 비롯해 아랍미디엄과 아랍헤비가 포함됐다. 소하르는 호르무즈해협 밖에 있다.

아람코는 최근 몇 주 동안 아시아 고객들에게 아랍미디엄과 아랍헤비를 소하르에서 공급하는 방안을 최소 두 차례 제안했다. 이번에는 아랍라이트까지 공급 대상에 포함했다. 로이터는 이를 아람코가 걸프만에서 더 많은 원유를 빼낸 뒤 호르무즈해협 밖에서 환적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했다. 아람코는 논평을 거부했다.

사우디는 걸프만 안쪽 원유 선적도 대폭 늘렸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에너지애스펙츠의 위성 추적 자료에 따르면 지난 일주일간 라스타누라와 주아이마 터미널의 하루 원유 선적량은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약 2척 분량인 400만배럴로 두 배 늘었다.

선박 추적업체 케이플러(Kpler)의 별도 자료에서는 16일 라스타누라에서 VLCC 4척이 원유를 싣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선박은 모두 합쳐 최대 800만배럴을 운송할 수 있다.

사우디가 우회 수출을 확대하는 것은 홍해로 이어지는 핵심 수송로가 끊겼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해협의 선박 운항이 크게 줄어든 이후 동부 유전지대의 원유를 동서 송유관을 통해 홍해 연안 얀부항으로 보내 수출해왔다.

하지만 드론 공격으로 동서 송유관이 손상되면서 사우디는 지난 11일 송유관 가동을 중단했다.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유가는 이번 주 수개월 만의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얀부항을 통한 원유 공급에는 이미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이달 얀부에서 원유를 공급받을 예정이던 아시아 고객사 가운데 최소 한 곳은 아람코로부터 선적을 늦추고 일정을 다시 잡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통보에는 지연 기간이 명시되지 않았다.

유럽으로 향할 예정이던 물량은 일부 취소됐다. 거래·해운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사우디는 유럽 고객들에게 9월 선적분 가운데 일부를 취소한다고 통보했다. 얀부항의 원유 선적도 중단된 상태다.

사우디뿐 아니라 다른 걸프 산유국들도 호르무즈해협 밖에서 원유를 공급하는 방안을 확대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들 산유국은 해협을 오가며 원유를 운반할 선박을 확보한 뒤 외부에서 다시 환적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일부 선박은 위치 추적 신호를 끈 채 해협을 통과하고 있다.

사우디는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이다. 그동안 호르무즈해협의 운항 차질을 동서 송유관과 얀부항을 통해 우회했지만 송유관까지 피격되면서 수출 경로를 다시 조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소하르 앞바다 환적 확대와 걸프만 내 선적 증가는 아시아 고객에 대한 공급 차질을 줄이기 위한 새로운 우회 수송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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