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슨모빌, 19년 만에 베네수엘라 복귀 추진…美 석유 장악 가속

해외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17일, AM 09:36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미국 석유기업 엑슨모빌이 베네수엘라 유전 투자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한 예비 합의에 근접한 것으로 전해졌다. 2007년 자산 국유화로 베네수엘라에서 철수한 지 19년 만에 현지 복귀를 추진하는 것이다.

엑슨 모빌. (사진=AFP)
엑슨 모빌. (사진=AFP)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엑슨모빌이 이르면 이달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PDVSA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미 개발된 유전과 미개발 유전 여러 곳에 대한 투자 가능성을 검토하는 내용이다. 이번 거래에 포함될 수 있는 유전들에 매장된 원유는 총 500억 배럴 이상이다.

엑슨모빌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석유업체들의 베네수엘라 투자를 독려한 이후 올해 현지 수도 카라카스에 협상팀을 파견했다. 베네수엘라 당국과의 협상은 점차 진전을 보였으며, 이번 주 미국 휴스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에너지 장관회의에서도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WSJ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은 글로벌 에너지 산업의 중심을 서반구로 옮기려는 구상 아래 기업들의 베네수엘라 투자를 추진해왔다. 총 1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도해 위축된 베네수엘라 원유 생산을 늘리고, 생산된 원유를 미국 정유시설에 공급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른 미국 석유업체들도 베네수엘라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엑슨모빌의 경쟁사인 셰브론도 이달 초 현지 합작법인을 통해 향후 5년간 70억달러를 투자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베네수엘라 내 원유 생산량을 현재의 두 배인 하루 60만 배럴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억만장자 석유사업가 해럴드 햄이 이끄는 콘티넨털 리소시스도 베네수엘라 안소아테기주 미개발 유전의 탐사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한 예비 합의를 체결했다.

다만 베네수엘라의 과거 자산 국유화 전력으로 대규모 장기 투자에 대한 업계의 경계감은 여전하다. 여러 대형 석유·가스 업체는 현지 투자에 수반되는 재무적·법적 위험을 우려해 자본 투입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대런 우즈 엑슨모빌 최고경영자(CEO)도 지난 1월 백악관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의에서 “사업 관련 제도와 법체계, 석유·가스 관련 법률에 상당한 변화가 없는 한 베네수엘라는 투자가 불가능한 곳”이라고 말했다.

엑슨모빌과 미국 3위 석유기업 코노코필립스는 2007년 우고 차베스 당시 대통령의 자산 국유화 조치로 입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손실에 대해 여전히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국제상업회의소(ICC)는 2023년 베네수엘라 정부가 엑슨모빌에 10억달러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미 정부는 올해 초 미 석유회사들에 베네수엘라에 투자해 다시 석유 산업을 정상화해야 과거 배상 채권 회수도 용이해질 것이라고 설득했다.

베네수엘라는 올해 들어 석유 생산에 적용되는 세율을 낮출 수 있도록 하는 등 관련 규제를 개편했다. 콘티넨털은 예비 합의 체결을 알리는 보도자료에서 최근 베네수엘라의 규제·법률 체계 변화가 거래를 추진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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