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환경부는 17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IEA와 ‘아시아 에너지 안보 협력 한-IEA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회복탄력적·통합적 아시아 에너지 안보 협력(RISE ASIA)’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이재명 대통령과 파티 비롤(Fatih Birol) IEA 사무총장의 면담 직후 기후부와 IEA 간 양해각서 체결이 이뤄졌다.
파티 비롤(Fatih Birol) IEA 사무총장(왼쪽)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사진=기후부)
이번 협력은 지난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제안한 ‘아시아 지역 에너지 공급망 회복력 강화’ 구상을 구체화하는 후속 조치다. 최근 중동 정세 불안으로 화석연료 공급망의 취약성이 부각된 가운데 AI·데이터센터와 첨단산업 확산으로 전력수요까지 빠르게 늘면서 에너지 안보의 중심이 전력시스템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판단이 깔렸다.
비롤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위기는 각국 정부로 하여금 자국의 에너지 전략을 재검토하도록 만들고 있다”며 “새로운 글로벌 에너지 지도가 실시간으로 다시 그려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에 대한 투자가 더욱 확대되고 전력화가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비롤 사무총장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에너지 투자의 절반 이상이 송배전망과 저장장치, 재생에너지, 원자력, 에너지효율, 전력화 분야에 투입되고 있다. AI와 데이터센터, 산업의 전력수요 증가도 에너지 안보의 개념을 바꾸는 요인이다. 비롤 사무총장은 산업과 데이터센터, AI 확산에 따른 전력수요 증가를 거론하며 ‘전기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전력망의 역할도 커질 전망이다.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등 발전원을 확대하더라도 급증하는 전력수요에 대응하려면 송전·배전망과 저장장치 등 유연한 전력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비롤 사무총장은 한국의 전력화 전략을 높이 평가하면서 전력화가 에너지 안보 강화와 배출량 감축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이 산업 성장, 전력화, 에너지 안보를 결합한 성공적인 모델을 보여줄 수 있다면 아시아를 비롯한 여러 국가들에게 강력한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는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큰 지역이다. 화석연료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가 많은 데다 경제성장과 산업화, AI·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효율 개선을 통한 수입 의존도 축소와 함께 송전망·저장장치·수요관리 등 전력시스템에 대한 투자가 동시에 요구되는 상황이다.
기후위기에 따른 자연재난도 변수다. 최근 네팔 대홍수와 같은 기후재난이 에너지 시스템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는 초국경적 위험으로 부상하고 있다. 에너지 공급망 불안과 기후위기를 개별 국가의 대응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에너지 안보와 기후위기 대응을 하나의 협력 틀에 담겠다는 것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최근 중동의 에너지 공급망 불안과 네팔 대홍수는 에너지 안보와 기후위기가 따로 떨어진 문제가 아니며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초국경적 위기임을 보여준다”며 “에너지 안보와 기후위기 대응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함께 달성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RISE ASIA에서는 크게 세 가지 방향의 협력이 추진된다. 재생에너지 전환과 전기화를 가속화하고 회복력 있는 전력시스템 구축을 위한 정책·기술 협력을 확대하는 한편 아시아 국가들의 전력시스템 강화를 지원한다. 또 중동 상황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나 기후재난 발생 시 역내 국가들이 즉각 공조할 수 있도록 위험정보 공유와 공동대응 체계를 강화한다. 기후 취약국을 포함한 역내 국가들의 역량을 높이는 정책대화와 협력과제 발굴도 추진한다.
비롤 사무총장은 RISE ASIA를 두고 “위기 대응에서 장기적인 에너지 회복력 구축으로 나아가기 위한 아시아 중심의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청정 전력화와 실질적인 에너지 안보 협력, 지속적인 정책 대화를 결합하는 것이 목표라는 설명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국내에서 추진해온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운영, 에너지효율, 산업 탈탄소화 등의 정책 경험을 아시아 국가들과 공유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된다. 동시에 배터리와 ESS, 전력망, 스마트그리드, 에너지효율 등 국내 기업의 기술과 아시아 에너지 인프라 시장을 연계할 가능성도 있다.
김 장관은 “수입 화석연료 의존을 낮추는 재생에너지 전환과 전기화의 속도를 높이고 급증하는 전력수요와 자연재난 등 각종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는 회복력 있는 전력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라며 “우리나라가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리더로서 ‘라이즈 아시아’(RISE ASIA)를 통해 아시아의 에너지 공급망 회복력을 높이고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기화와 회복력 있는 전력시스템 구축을 이끌어 가겠다”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