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 “美고금리 장기화 땐 韓회사채 양극화…반도체주도 부담”

해외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18일, AM 06:22

[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고승범 전 금융위원장이 미국의 고금리 환경이 장기화할 경우 한국 회사채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하고 반도체주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재정적자와 고유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재개가 맞물리면서 글로벌 금리 상승 압력이 커진 만큼 반도체 호황에 따른 한국 실물경제의 호조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금융위원장을 역임한 고승범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금융위원장을 역임한 고승범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고 전 위원장은 17일 법무법인 태평양이 발간한 ‘BKL Perspectives’ 칼럼에서 “향후 국채금리는 미국 금리의 영향력 확대 등으로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는 금융위원장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고 전 위원장은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와 국가부채 누적에 따른 국채금리 상승에 주목했다. 여기에 미·이란 전쟁 격화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커졌고, 연준도 전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연 3.75~4.00%로 결정했다. 2023년 7월 이후 3년2개월 만의 인상이다.

그는 이 같은 글로벌 금리 상승이 국내 채권시장에도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 역시 올해 7월과 8월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해 연 3.0%까지 끌어올린 상황이다.

특히 회사채 시장의 양극화 가능성을 경고했다. 고 전 위원장은 고금리 환경에서는 AA- 이상 우량 회사채만으로도 높은 수익률을 확보할 수 있어 A+ 이하 비우량 회사채 수요가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우량물과 비우량물 간 양극화가 심화하고, 비우량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지면 은행권 기업대출 수요도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인공지능(AI) 투자와 금리 상승의 결합도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고 전 위원장은 글로벌 AI 투자를 주도하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막대한 투자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 이후 회사채 발행을 크게 늘려왔다고 설명했다. AI 투자가 충분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과 부채를 통한 자금조달 확대가 동시에 위험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한국 증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고 전 위원장은 “최근의 금리 상승 추세가 주식시장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금리 상승은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를 둔화시킴으로써 반도체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고 전 위원장은 기업들이 고금리 장기화에 대비해 재무전략을 선제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장·단기 차입금의 만기와 상환 계획을 점검하고 회사채와 금융권 차입 등 자금조달 수단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금리 위험을 헤지하는 동시에 투자별 자본비용과 수익률을 다시 따져 자본지출(Capex)의 우선순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그는 “실물경제의 청신호라는 착시에 빠져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한다면 복합 위기의 파고가 순식간에 기업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며 “지금 기업에 필요한 것은 냉철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한 ‘리스크 관리 중심의 체질 개선’”이라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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