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경고했지만…캐나다 총리 "유럽과 함께면 더 강해"

해외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18일, AM 07:56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유럽연합(EU)과 추진 중인 협력 강화 구상에 대해 “매너만 더 좋은 강대국 경쟁자가 되려는 제3의 블록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관세 보복을 경고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한 우회적 반박이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17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AFP)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17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AFP)
17일(현지시간) BBC방송·CNN방송 등에 따르면 카니 총리는 이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 연설에서 “캐나다와 유럽은 전략적 역량 전반에 걸친 깊은 협력을 통해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캐나다와 유럽은 각자 강하지만, 유럽과 캐나다가 함께하면 더 강하다”고 밝혔다. 전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캐나다를 EU의 첫 ‘준회원’으로 받아들이겠다고 제안한 데 대한 화답이다.

카니 총리는 “우리는 다른 나라를 지배하기 위한 힘을 추구하지 않는다”며 “누구도 우리의 개방된 시장을 통제하거나 주권을 훼손하고 영토 보전을 위협하거나 자유와 민주주의, 법치를 약화시킬 수 없도록 회복력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제로섬 거래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카니 총리의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경고 이후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기자들에게 EU와 캐나다의 새 합의를 “적대 행위”로 판단하면 유럽에 “매우 무거운 관세”를 물릴 수 있다고 압박했다. 그는 “좋은 의도라면 괜찮지만 나쁜 의도라면 유럽에 매우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캐나다와 EU 모두 미국의 관세 공세에 시달려온 상대이기 때문이다. 캐나다는 최대 교역국인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고, EU도 미국과 잇단 통상 마찰을 겪었다. 미국의 압박이 오히려 양측이 서로에게 다가서는 계기가 된 셈이다.

카니 총리는 협력 분야로 핵심광물과 에너지 안보, 방위산업, 결제, 인공지능(AI) 등을 제시했다. 캐나다가 유럽에 액화천연가스(LNG)와 수소를 공급할 수 있고, 양측이 AI 안전 규약을 공동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캐나다 청년들이 EU의 교육 교류 사업 ‘에라스무스+’와 과학연구 지원 사업 ‘호라이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도 내놨다.

다만 카니 총리는 캐나다가 EU 정회원이 될 처지도 아니고 그럴 의사도 없다고 분명히 했다. 그는 연설 후 기자들에게 새 동맹의 최종 구조는 캐나다 의회가 토론과 표결을 거쳐 결정할 것이라며 “캐나다를 더 강하고 더 주권적이며 더 독립적이고 더 번영하게 만들 기회”라고 말했다.

EU 내부에서도 신중론이 나온다. 슈테판 코르넬리우스 독일 정부 대변인은 16일 캐나다와의 ‘특별히 긴밀한 동반자 관계’는 환영하지만 ‘준회원’이라는 표현은 재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카니 총리는 “정확한 명칭은 유럽이 정할 문제이며 중요한 것은 실질”이라고 답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달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리는 EU·캐나다 투자 정상회의에서 다듬어질 전망이다.

양측의 지난해 상품·서비스 교역액은 1308억유로(약 207조원)로 10년 새 80% 이상 늘었다. 다만 2017년 타결된 포괄적경제무역협정(CETA)은 프랑스·이탈리아·폴란드 등 10개 회원국이 아직 비준하지 않아 협력 확대의 걸림돌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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