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국가비상서비스가 지난 12일 공개한 사진. 폴란드 국경 인근에서 바르샤바로 향하던 열차가 러시아군 드론 공격을 받아 파손됐다. (사진=AFP)
17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사이 유럽에서 러시아 소행으로 의심되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했다. 서방 전직 고위 인사들이 탄 열차 노선이 러시아 드론에 공격받았고, 리투아니아에서는 러시아제로 추정되는 드론이 격추됐다. 폴란드 해안에는 또 다른 드론이 떠밀려 왔고, 덴마크 헬기는 러시아군 조명탄을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네덜란드에서는 아직 주체가 밝혀지지 않은 파괴 공작으로 열차 운행이 마비됐다.
CNN은 우연이 아니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명백한 의도가 담겨 있는 행보라고 짚었다. 목적은 두 가지로 읽힌다.
우선 우크라이나를 돕는 데 드는 비용이 실제로 커지고 있다는 점을 유럽 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키겠다는 것이다. 여러 나라에서 친러시아 성향 우파 정당이 세력을 넓히는 상황을 노렸다는 해석이다.
다음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한 곳에 대한 공격을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는 조약 5조를 시험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개시한 이래 같은 취지의 행동을 여러 차례 반복해 왔다.
한 유럽 외교관은 CNN에 “지금 벌어지는 일들은 불과 몇 달 전이었다면 나토 4조를 발동시켰을 사안”이라며 “이제는 거의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4조는 위기 상황에서 긴급 회의를 소집하도록 한 조항이다. 이 외교관은 러시아의 목표가 “유럽을 겁줘 우크라이나 지원에서 손을 떼게 하는 것”이자 “확전 공포를 가지고 노는 것”이라고 짚었다.
◇값싼 드론이 무기…게란 7만달러·반데롤 10만달러
문제는 러시아의 움직임이 유럽 입장에선 정점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은 요원하고, 미국의 압박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를 차지한 뒤 더 나아갈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러시아가 손에 쥔 새 카드는 값싸고 효과적인 공중 전력이다. 게란 4·5 드론은 중국산 터보제트 엔진을 달았는데, 엔진 가격이 4만달러(약 5528만원) 수준이고 완성품은 7만달러(약 9674만원) 안팎에 팔린다.
반데롤 순항미사일은 시속 600㎞로 날면서도 가격은 10만달러(약 1억382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밀도가 떨어지는 대신 물량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이다. 알라부가 드론 공장은 생산 체제를 빠르게 바꿔가며 이 무기를 쏟아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5일 모스크바에서 국방부 지도부와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AFP)
◇“과잉 대응도, 뺨을 내주는 것도 해답 아냐”
마리나 미론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국방학과 박사는 인공지능(AI) 도입보다 “생산과 공급망, 병참, 교리 측면의 적응”이 전략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양측 모두 상대가 대응책을 마련하기 전의 짧은 기회를 노려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론 박사는 “나토는 이런 변화에 대응할 준비가 크게 뒤처져 있다”며 “드론 방어망을 구축하는 문제가 아니라 교리 전체를 다시 생각해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나 러시아를 그대로 따라 하기보다 양쪽의 교훈을 함께 받아들여야 한다는 조언이다. 그는 전면전 가능성은 낮지만 폴란드와 루마니아, 덴마크에서 목격된 것 같은 “문턱 아래 사건들”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나토 회원국들의 가장 큰 고민은 공포를 부추기지 않으면서 위협의 심각성을 국민에게 알리는 일이다. 과민 반응 자체가 러시아에 심리적 승리를 안기기 때문이다.
한 유럽 고위 당국자는 “러시아는 옛 소련 시절부터 힘과 공격성을 유연하게 조절하는 법을 이론화해 왔다”며 “나토에는 이런 식의 확전 관리가 새로운 일”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과잉 대응은 도움이 되지 않지만, 다른 뺨을 내주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언젠가 러시아가 도를 넘어 나토 회원국이 무력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 올 수 있다고 CNN은 짚었다. 전례도 있다. 2018년 시리아에서 러시아 용병 기업 바그너그룹이 미군 진지를 공격하자 미군은 맹렬한 반격에 나선 바 있다.
아울러 나토 회원국들이 무기와 정보를 대며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타격을 매일 돕고 있다는 점도 잊어선 안 된다고 매체는 부연했다. 침공국인 러시아로서는 자신이 반격하는 중이라고 여길 수 있다는 얘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