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 200만원' 아이폰에 등돌린 일본…"차라리 중고 쓴다"

해외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18일, PM 04:24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일본에서 아이폰 신제품 가격이 22만엔에 육박하자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 사전 예약은 ‘아이폰 17 프로’에 미치지 못했으며, 수요도 신제품 대신 중고 아이폰으로 몰리고 있다.

아이폰 18 프로. (사진=애플 재팬 홈페이지 캡처)
아이폰 18 프로. (사진=애플 재팬 홈페이지 캡처)
18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애플의 ‘아이폰 18 프로’가 이날 일본에서 출시됐으며, 최저가는 21만9800엔(약 194만원)으로 책정됐다. 전작인 17 프로가 나왔을 때보다 4만엔(약 35만원) 비싸다.

반도체 메모리 가격 급등과 환율 변동이 겹친 결과다. 애플은 지난 7월과 이달 기존 모델 가격도 올렸다. 아이폰 17은 출시 때보다 3만엔(약 27만원) 오른 15만9800엔(약 142만원)이 됐다.

용량을 키우면 가격은 더 뛴다. 18 프로는 512GB 25만4800엔(약 226만원), 1TB 32만4800엔(약 288만원), 최상위 2TB는 42만9800엔(약 381만원)이다. 화면이 큰 프로 맥스는 256GB 23만9800엔(약 212만원)에서 시작해 2TB가 44만9800엔(약 399만원)에 달한다. 통신사를 통해 사면 이보다 더 비싸진다.

이날 오전 도쿄 지요다구 빅카메라 유라쿠초점에는 예약한 제품을 받거나 실물을 보려는 손님들이 찾아왔다. 30대 남성 직장인은 제품을 만져보며 “아이를 찍으니 카메라 기능은 좋은 편이 낫다. 앞으로 더 오를 테니 살 거면 지금이지 않을까 싶다”며 구매를 저울질했다.

하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다르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대형 가전 판매점 4개사 가운데 3곳에서 예약 건수가 전작인 아이폰 17 프로를 밑돌았다.

실제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아이폰 16을 쓰는 30대 여성 직장인은 “18 프로는 과한 사양이다. 지금보다 더한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20만엔대는 컴퓨터 수준 가격이라 너무 비싸다”(30대 남성 직장인), “약정 갱신 시점에 맞춰 바꿀 뿐 기능을 보고 정하는 게 아니다”(20대 여성)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카메라나 인공지능(AI) 같은 새 기능보다 값싼 쪽을 택하겠다는 성향이 뚜렷해진 것이다.

가격 급등은 중고 시장을 키우고 있다. 조사업체 MM종합연구소에 따르면 2025년도(2025년 4월~2026년 3월) 일본 중고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도보다 12% 늘어난 360만7000대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개별 업체 실적도 좋다. 중고 유통 대기업 트레저팩토리는 지난달 중고 스마트폰 판매가 1년 전보다 50% 늘었다. 애플이 지난 7월 신품 가격을 올린 아이폰 시리즈의 인기가 특히 높다고 한다. 이 회사는 “신품 가격이 치솟는 가운데 비교적 싸게 살 수 있고, 모델이 바뀌어도 사용법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점이 지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게오홀딩스도 지난달 중고 스마트폰 판매가 1년 전보다 7% 증가했다. 이 회사는 신형 아이폰이 나오면 기기 교체에 따른 매입이 늘어 중고 시장이 활기를 띠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다만 담당자는 “18 프로는 고가라 예년처럼 교체가 진행돼 중고 단말 유통이 늘어날지는 현시점에서 내다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신품 가격 상승이 이어지는 가운데 가격과 성능의 균형을 중시해 몇 세대 전 모델까지 포함한 중고를 고르는 움직임은 앞으로도 강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신제품 시장 전체는 쪼그라들 전망이다. 일본에 출하되는 휴대전화는 대부분 스마트폰인데, 메모리 가격 급등으로 제조사들이 단말 가격을 올리면서 구매를 미루는 흐름이 번질 수 있어서다. MM종합연구소는 2026년도 일본 휴대전화 출하량이 2025년도보다 7%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줄곧 단일 브랜드 1위를 지켜온 아이폰의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는 진단이다. MMD연구소가 전날 공개한 운영체제(OS) 조사 데이터를 보면 지난달 기준 아이폰 점유율은 45.6%로 2월 조사 때보다 3.4%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구글의 안드로이드는 54.1%로 3.3%포인트 올랐다.

경쟁사들의 공세도 거세다. 구글은 지난달 도쿄 시부야구에 일본 첫 직영점을 열고 자사 스마트폰 ‘픽셀’과 AI ‘제미나이’를 알리고 있다. 한국 삼성전자와 일본 샤프, 중국 샤오미 등도 공세를 펴고 있다.

닛케이는 아이폰 18 프로와 함께 다음달 출시 예정인 애플 첫 접이식 제품 ‘아이폰 듀오’의 판매 실적이 일본 스마트폰 시장의 판도를 가를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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