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100달러대에도 ‘민생 안정’…10차 석유 최고가격 동결

해외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18일, PM 06:01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정부가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석유제품 최고가격을 기존 수준으로 동결한다.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정유사 손실 보전 정산은 다소 늦어지고 있으나 11월께 정산액을 확정하고 12월까지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10차 석유 최고가격제 발표를 앞둔 18일 서울 시내 주유소에 유가가 표시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10차 석유 최고가격제 발표를 앞둔 18일 서울 시내 주유소에 유가가 표시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산업통상부는 오는 19일 0시부터 4주간 적용되는 제10차 석유 최고가격을 제9차와 동일하게 유지한다고 18일 밝혔다. 이에 따라 최고가격은 리터당 휘발유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이다.

최근 중동 지역의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국제유가와 석유제품 가격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8월 일시적으로 소강상태를 보였던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9월 들어 다시 격화되고, 후티 반군이 홍해 인근 도시 등을 점거하면서 중동 정세가 악화된 영향이다. 브렌트유는 9월 16일 배럴당 105.8달러까지 올랐고, 두바이유는 128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02.4달러를 기록했다.

정부는 국제유가 상승에도 최근 물가 부담과 환율 하락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고가격을 올리지 않기로 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6월 3.2%에서 7월 2.8%로 낮아졌지만 8월에는 다시 3.1%로 상승했다.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서민 물가 부담이나 지난 최고가격 지정 동향, 환율 하락 추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민생 안정에 무게를 두고 동결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동 상황이 급변할 경우 4주 적용 기간에도 최고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

특히 현재 원유 도입 여건이 과거보다 나쁘지 않다는 점도 동결 결정에 반영됐다. 양 실장은 제2차 최고가격 지정 당시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이상이었던 것과 달리 현재는 1350원대로 약 10% 낮아졌다고 밝혔다. 사우디아람코의 공식판매가격(OSP) 역시 당시보다 낮아 실제 원유 도입 부담은 중동전쟁 초기보다 완화됐다는 설명이다.

산업부는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인 3월 둘째 주부터 8월까지 주유소 소매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휘발유 소비량은 전년 동기 대비 2.1%, 경유는 8.4% 감소했다고 밝혔다. 또 최고가격제가 시행되지 않았다면 현재 휘발유·경유·등유 가격이 지금보다 각각 리터당 100원대 후반, 300원대 중반, 300원 안팎 높았을 것으로 추산했다.

최고가격제의 출구전략은 기존 원칙을 유지한다.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이 원활해지고 국제유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는 상황을 전제로 하되, 중동 상황이 장기화하는 만큼 구체적인 출구 시점은 정하지 않았다. 4분기에도 1조 4000억원의 예비비를 편성한 만큼 상황에 따라 최고가격제를 신중하게 운영하겠다는 설명이다.

최고가격제에 따른 정유사 손실 보전 정산 작업도 진행 중이다. 정유업계는 9월 말까지 관련 자료를 제출하고, 정부는 10월부터 서류 검토에 들어가 11월께 정산액을 도출할 계획이다. 이후 업계의 이의 제기 등을 거쳐 12월 안에 관련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석유 수급에는 현재까지 큰 차질이 없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원유는 9~10월 도입 물량을 전년 평균 대비 약 90% 확보했으며, 11월 물량도 70% 이상 확보한 상태다. 11월 물량은 아직 시간이 남아 추가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다만 사우디 동서 파이프라인 피격에 따른 선적 지연 등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 정유업계는 대체 수송 경로와 중동산 이외의 대체 원유 확보를 통해 대응하고 있으며, 정부도 비축유 스와프(SWAP)를 활용해 부족분을 보완한다는 계획이다.

양 실장은 “중동 정세의 긴장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국제유가와 국내 석유 소비 추이를 살피면서 최고가격제를 유연하고 신중하게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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