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美 원전 8기 건설, ‘윌리엄 리’·‘터키포인트’ 유력 후보로 검토

해외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21일, AM 04:51

[이데일리 정두리 김상윤 김영환 기자] 대미투자 패키지의 일환으로 미국 내 원전 8기 건설을 협의 중인 한미가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윌리엄 스테이츠 리 3세(William States Lee III) 1·2호기’와 플로리다주의 ‘터키포인트(Turkey Point) 6·7호기’를 유력 후보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업 모두 기존 사업자와 부지를 확보한 데다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미국형 원자로인 ‘AP1000’ 건설을 위한 인허가까지 받은 곳이다. 새 부지를 선정하고 인허가를 처음부터 밟는 것보다 사업 기간과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과거 사업성 문제로 진척되지 못했던 프로젝트에 미국 정부의 금융지원과 한국의 대미투자 자금을 결합해 사업을 재가동하는 구도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美 금융지원+韓 투자…멈췄던 원전 재가동

20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미국이 2050년까지 원전 발전용량을 현재의 4배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공급망에 대한 대규모 금융지원에 나서면서, 한미가 협의 중인 원전 8기 건설 사업과의 연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원전 건설의 초기 자금 부담과 공급망 병목을 완화하기 위해 미국 에너지부(DOE)가 지난 6월 23일 발표한 175억달러 규모의 ‘미 원전 공급망 금융 프로그램’(American Nuclear Supply Chain Loans)은 웨스팅하우스 AP1000 10기를 5개 프로젝트에서 건설할 수 있도록 원자로 압력용기·증기발생기 등 장기 납기 기자재의 조기 발주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프로젝트별로 AP1000 2기를 건설하고, 웨스팅하우스와 미국 전력회사·에너지기업이 각각 5억달러씩 총 10억달러의 자기자본을 먼저 투입한 뒤 DOE 대출을 활용하는 구조다. 실제 금융지원 대상은 최대 5개 프로젝트로, DOE는 연말까지 파트너를 선정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한미가 협의 중인 원전 8기와 DOE 프로그램의 연결 여부가 관심사다. 한미 원전 사업 역시 AP1000을 활용하는 프로젝트가 포함될 것으로 알려진 만큼, DOE가 부지를 확보한 7개 후보군 가운데 일부가 한국의 대미투자 원전 사업과 연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한미는 미국에 건설할 대형 원전 8기 중 6기는 웨스팅하우스 모델인 AP1000, 2기는 한국이 개발한 ‘APR1400’으로 구성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다.

AP1000과 APR1400은 지질 조건과 주변 환경 여건 등이 거의 같다고 볼 수 있어 한국형 원전이 들어간다고 해서 반드시 새로운 부지를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원전업계의 공통적 견해다. 정동욱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KINGS) 총장은 “부지 면적이나 지질 조건 등은 대체로 유사하고, 냉각 요건도 1000MW급과 1400MW급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원전업계에서 특히 주목하는 곳은 윌리엄 스테이츠 리 3세와 터키포인트다. 윌리엄 스테이츠 리 3세는 듀크에너지가 AP1000 2기를 건설하기 위해 추진했던 사업이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2016년 12월 두 호기에 대한 건설·운영 통합허가(COL)를 발급했다. 현재도 NRC의 유효한 COL 보유 사업에 1·2호기가 올라 있다.

터키포인트 6·7호기 역시 플로리다파워앤드라이트(FPL)가 기존 원전 부지에 AP1000 2기를 추가 건설하기 위해 추진한 사업이다. NRC는 2018년 4월 두 호기에 대한 COL을 발급했으며, 현재도 유효한 COL 보유 사업으로 관리하고 있다.

두 사업 모두 사업자와 부지가 정해져 있고 AP1000 건설에 필요한 인허가까지 확보해 사업 추진 여건을 갖췄다.

또 다른 후보지로는 과거 AP1000 사업이 추진됐던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V.C. 서머(Virgil C. Summer) 2·3호기가 거론된다. 다만 2017년 8월 건설이 중단됐고, 2019년 두 호기의 COL도 모두 종료돼 현재 활용 가능성에 비교적 제약이 있다는 평가다.

텍사스의 하이퍼그리드(HyperGrid) 프로젝트처럼 신규 데이터센터 전력수요를 겨냥한 AP1000 사업도 있지만, 최대 4기 건설을 추진하고 있어 AP1000 2기씩을 하나의 프로젝트로 묶는 DOE의 금융지원 구조와는 차이가 있다. 플로리다주 레비(Levy) 1·2호기와 노스캐롤라이나주 시어런 해리스(Shearon Harris) 2·3호기도 모두 AP1000 2기 건설을 추진했지만, 각각 사업 중단과 인허가 심사 중단으로 현재 사업 진척도는 낮은 편이다.

노동석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은 “신규 원전은 부지 선정부터 인허가, 사업자 확보까지 거쳐야 할 절차가 많다”며 “이미 사업자와 부지가 있고 AP1000 인허가까지 확보한 기존 프로젝트라면 미국 정부와 한국의 금융지원이 결합됐을 때 사업을 구체화하기 상대적으로 수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보다 중요한 ‘운영권’…지분·수익성 확보 관건

문제는 DOE의 금융지원이 원전 건설에 필요한 전체 자금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번 175억달러 프로그램은 장기 납기 기자재의 조기 발주를 지원하는 성격이다. 웨스팅하우스와 사업 파트너가 먼저 자기자본을 투입하고 DOE가 대출을 제공하는 구조인 만큼 본공사 단계에서는 수십억달러 규모의 본공사 자금과 프로젝트 파이낸싱, 장기 전력판매계약(PPA) 등이 필요하다.

한국의 대미투자금이 이 부분을 담당할 경우 미국 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초기 자금과 건설 위험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반대로 한국 입장에서는 대규모 투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원전 사업의 지분과 의사결정 권한, 사업 수익성 등을 어떻게 확보할지가 중요하다.

특히 웨스팅하우스에 대한 지분·의결권 문제가 변수다. 현재 한국은 웨스팅하우스 지분 15% 이상과 실질적인 의결권 확보를 요구하는 반면, 미국은 의결권이 없는 5~10% 수준의 지분 투자안을 제시하며 입장 차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대미투자 협상 발표가 지연된 배경 중 하나로도 이 같은 사업 구조와 위험 분담 문제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정용훈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우리가 미 원전 건설 사업에서 기자재 공급과 건설에 참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원전 운영 단계에서의 권리”라면서 “원전은 건설 이후 장기간 운영되기 때문에 발전소를 소유한 사업자의 지분을 확보해야 장기간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웨스팅하우스 원전 건설 현장. (사진=연합뉴스)
미국 웨스팅하우스 원전 건설 현장.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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