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려막기 들통났다"…튀르키예, 펀드 130개 강제 청산

해외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21일, AM 08:03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튀르키예 자산운용사들이 잇따라 환매를 중단하면서 이스탄불 증시가 급락했다. 유동성 경색 우려가 번지자 당국은 펀드 130개를 통째로 청산하는 이례적인 개입에 나섰다. 약 30만명이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튀르키예 리라화. (사진=AFP)
튀르키예 리라화. (사진=AFP)
21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튀르키예 자본시장위원회(SPK)는 지난 17일 자산운용사 7곳의 펀드 거래를 동결하고 약 130개 펀드를 청산하기로 결정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들 펀드의 운용자산은 모두 183억달러(25조4187억원)에 달한다.

이번 결정은 지난 15~16일 푸술라와 테라 등 자산운용사 2곳이 일부 펀드에 대해 투자자의 환매 청구에 응할 수 없다고 잇따라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16일 이스탄불 증시에서는 환매를 원하는 투자자들의 매도 주문이 쏟아졌다.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됐고, 대표 주가지수인 BIST100지수는 전날보다 6% 하락했다.

펀드끼리 유통주식이 적은 종목을 사고팔며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던 왜곡이 한꺼번에 드러났다는 평가다. 높은 수익률에 이끌렸던 투자자들이 일단 매도에 나서자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환매가 막힌 펀드들이 집중 투자한 종목 가운데 하나가 매출채권 금융회사인 데스테크 피난스 팍토링이다. 올해 6월 기준 이 회사의 직원은 300명도 되지 않지만, 지난 7월 주가는 지난해 2월 상장 당시 대비 약 70배로 뛰었다. 시가총액은 이스탄불증권거래소에서 방산업체 아셀산에 이어 두 번째 규모로 불어났다.

튀르키예 재무 컨설턴트인 오메르 겐잘은 “과거 정부가 기업에 차입이 아닌 주식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을 권장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2022~2023년 두 자릿수 물가상승률에도 중앙은행에 금리 인하를 강요했다. 겐잘은 투자 자금이 증시로 몰리는 가운데 “유통주식 비율이 낮은 기업들이 상장하면서 유동성과 가격 형성에 구조적 문제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아큰 귀를레크 튀르키예 법무장관은 지난 18일 불공정거래 혐의로 4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수사를 위해 관련자 51명에게는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당국의 대응이 늦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중앙은행 출신인 우우르 귀르세스는 “당국의 대응이 느리다”고 꼬집었다. 메흐메트 심셰크 튀르키예 재무장관은 이번에 문제가 된 주가 조작 행위를 인지하고 있다고 지난해에도 언급했지만 구체적인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SPK가 펀드 거래 정지 등을 명령하면서 추가적인 시장 혼란은 당분간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로선 튀르키예 국채와 리라화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다. 다만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청산 대상 펀드의 투자자는 약 30만명에 달한다. 손실 규모와 파급 범위가 커 시장 심리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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