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AI 부채에 보증 제공 확대…숨은 빚 415조원

해외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21일, AM 10:30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관련 부채를 위해 보증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1년새 3000억달러(약 415조원) 규모의 보증 약정이 제공됐지만 이중 상당 부분은 재무제표에 거의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해 가을 메타가 대규모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와 관련해 ‘잔존가치 보증’ 방식을 처음 활용한 이후 브로드컴과 엔비디아도 이 같은 방식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메타는 루이지애나와 텍사스 데이터센터와 관련해 각각 280억달러(약 38조원), 130억달러(약 17조원)의 잔존가치 보증을 제공했다. 브로드컴은 올해앤스로픽에 공급하는 AI 칩과 관련해 290억달러(약 40조원)를 보증했고, 엔비디아는 오픈AI용 오하이오 데이터센터에 1050억달러(약 145조원)의 보증을 제공했다. 여기에 엔비디아가 월가 투자자들의 최대 5000억달러(약 692조원) 규모 AI 인프라 투자에 최대 25%의 잔존가치를 보증할 수 있어 이를 포함하면 전체 보증 약정 규모는 최대 3000억달러에 달한다.

잔존가치 보증은 기술기업이 반도체나 데이터센터의 미래 가치에 대해 최소 가치를 보장하는 금융기법이다. 빅테크 직접 데이터센터나 반도체 같은 인프라 자산을 소유하고 부채를 발행하는 것이 아니라 특수목적법인(SPV) 을 통하되 빅테크가 인프라 자산의 가치가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지 않도록 보증해주는 방식이다. 대출기관 입장에서 빅테크의 잔존가치 보증은 현재 기술이 빠르게 구식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줄여준다. 빅테크는 모든 부채를 재무제표에 포함시키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은행권에선 이를 ‘재무제표에 효율적인 보증 구조’라고 평가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사진=AFP)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사진=AFP)
이 같은 잔존가치 보증이 AI 금융에 도입되면서 해당 보증이 붙은 프로젝트들은 더 저렴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러한 프로젝트의 차입 비용은 보통 보증을 제공한 기업이 직접 발행한 회사채 금리에 100~150bp(1bp=0.01%포인트) 정도를 더한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같은 방식은 빅테크가 AI 투자에서 기대한 수익을 거두지 못할 경우 새로운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FT는 우려했다. AI 이용 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컴퓨팅 설비가 과잉 공급되거나, AI를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사업 모델을 구축하지 못할 경우 보증 부담이 현실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 KBRA의 더그 콜란드레아 선임 디렉터는 “지난 1년 동안 재무제표 외 신용이 크게 확대됐다”며 “이는 이들 기업의 신용위험 구조에 매우 높은 수준의 복잡성을 더한다”고 말했다.

AI 투자 계획이 기업들의 현금흐름을 앞지르기 시작하면서 빅테크그들은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저비용 회사채 시장에서 계속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재무제표 관리에 더욱 신경 쓰고 있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들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7개 하이퍼스케일러와 반도체 기업의 재무제표에 직접 잡히지 않는 각종 자금지원 약정과 보증 규모는 모두 3조 1000억달러(약 4291조원)를 넘어선다.

팀 뮤지얼 CIBC 프라이빗웰스 US 채권부문 대표는 “모두가 컴퓨팅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이처럼 막대한 미래 약정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보증은 대부분 재무제표 밖에 존재하지만 신용평가사들은 기술기업의 레버리지 수준을 평가할 때 이를 일부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S&P 애널리스트들은 보증가치가 스트레스 상황에서 데이터센터나 반도체를 처분했을 때 받을 수 있다고 자체적으로 추정한 가격을 웃도는 금액만큼을 기업 부채에 추가한다.

S&P글로벌 인프라리서치 총괄인 피에르 조르주는 지금까지 자신이 살펴본 잔존가치 보증 거래 가운데 스트레스 상황의 자산가치와 부채 간 가장 큰 격차는 약 25%였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200억달러(약 27조원) 규모 거래라면 약 50억달러(약 6조원)를 보증 제공자의 부채에 추가해 레버리지를 조정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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