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커머스의 한 트럭 휴게소에서 운전기사가 디젤 주유소 옆에 트럭을 세우고 있다. (사진=AFP)
CNN방송은 20일(현지시간) 디젤(경유) 가격이 지난 3월 이후 2배로 뛰고 올해 전 세계 해운 운송 능력이 15% 줄어드는 등 공급망 혼란이 극심해지면서 미국 기업들이 한계에 내몰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이달 초 발표된 공급관리협회(ISM) 월간 설문조사에서는 여러 기업인이 코로나19 팬데믹 때가 차라리 나았다고 답했다. 한 응답자는 “팬데믹 당시나 이후보다 더 크고 복잡한 위기”라고 평가했다. 잭 버핑턴 덴버대 공급망 프로그램 책임자도 “확실히 팬데믹 때보다 더 큰 문제”라며 “이번엔 완전히 다르다. 에너지 문제”라고 진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란 전쟁을 일시적인 경제 충격으로 규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노동절인 지난 7일 트루스소셜에 이란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면 “유가가 급락할 것”이라며 “모든 일이 빠르게 일어날 것”이라고 적었다. 마이크 존슨 미 하원의장도 지난 16일 “호르무즈 해협 문제가 해결되면 (휘발유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식료품 비용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례는 있다. 지난 6월 중순 미국과 이란이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잠시 다시 열렸을 때 휘발유 가격은 갤런(약 3.8리터)당 4달러(5556원) 아래로 떨어졌고, 유가도 전쟁 이전 수준을 밑돌았다.
하지만 이후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치솟은 연료비와 운송비가 경제 전반으로 번지면서,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의 지난달 상승폭은 지난 4월 이후 최대였다. 특히 한 번 오르면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 서비스 가격이 뛰고 있다.
디젤 가격 급등은 중동 전쟁 격화에 더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정유시설을 계속 폭격한 영향이다. 기상 이변도 운송비를 끌어올렸다. 잇따른 태풍으로 세계 최대 컨테이너항인 중국 상하이항이 2주 동안 사실상 폐쇄됐고, 지금도 심각한 지연이 이어지고 있다.
이란 전쟁이 끝나더라도 러시아의 디젤 수출 금지는 풀리지 않는다. 이 조치로 전 세계 해상 디젤 공급량의 12%가 막혔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공격과 아덴만의 소말리아 해적도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물류 플랫폼 플렉스포트의 라이언 피터슨 최고경영자(CEO)는 해운사들이 공격을 피해 아프리카 대륙을 통째로 돌아가면서 올해 글로벌 해운 능력이 15% 감소했다며 “25년간 물류업계에 있었지만 이렇게 심각한 상황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중국 상하이 인근 양산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AFP)
미 노스캐롤라이나주(州) 롤리에 있는 커피 유통업체 딜워스커피는 통상 12~24개월 앞서 커피 조달처를 확정해왔지만 지금은 3~6개월 앞만 내다보고 있다. 슈퍼 엘니뇨로 베트남과 브라질의 커피 작황이 불투명해진 데다, 운송비가 급등해 예전만큼 재고를 쌓아둘 여력도 없어서다. 마진은 줄었고 고객들의 가처분소득도 팬데믹 직후만 못하다. 평소 월 5% 안팎이던 판매량 변동폭은 최대 20%로 커졌다.
제프 보이타 딜워스커피 CEO는 CNN에 2024년 브라질 커피 흉작으로 커피 선물 가격이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고 지난해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로 가격이 더 뛰었는데, 올해는 이란 전쟁까지 덮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운 차질, 컨테이너 부족, 홍해 사태로 인한 고비용, 비료값 상승까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혼란의 시기를 맞고 있다.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코로나19 팬데믹 때는 매우 무서웠지만 지금은 스트레스가 더 크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디젤 가격이 갤런당 6달러(8334원)를 넘는 상황이 언제까지 갈지, 이를 고객에게 어떻게 전가할지 모두 처음 겪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기업들이 팬데믹 때보다 힘들다고 말하는 이유는 혼란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2020년엔 컨테이너선들이 수주 동안 항구에 들어가지 못했고, 상점에선 휴지·마스크·손소독제가 동났다. 공급망이 사실상 멈췄다가 서서히 재가동되는 흐름이었다. 반면 지금은 운송이 재개됐다 멈추고, 나빠졌다가 크게 좋아졌다가 다시 급격히 악화하기를 반복한다. 가격도 오르내리다 다시 치솟는다.
밧줄·끈·반려동물 목줄 제조업체 레이브녹스의 숀 브라운리 CEO는 “공급망은 돌아가지만 코로나19 때보다 비용과 마찰, 불확실성이 훨씬 크다”며 “소기업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최대한 비용을 떠안지만 이제는 극심한 압박을 느끼고 있다. 우리는 그저 예측 가능성을 원할 뿐”이라고 호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