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닥 픽스프로 FZ55. (사진=미국 JK이미징 홈페이지 캡처)
캐논은 지난 20년간 일본 카메라 시장 판매량 1위를 독식했던 부동의 브랜드다. 하지만 인스턴트 카메라 명가 코닥에게 자리를 뺏겼다. 코닥은 2만~3만엔(약 18만~27만원)대의 저가 컴팩트 디지털카메라를 앞세워 일본 시장을 공략했다. 최근의 흥행 주역은 코닥의 기획·제조 라이선스를 취득한 미국 JK이미징이다. 이들은 스마트폰에 밀린 일본 카메라 업체들이 철수했던 빈틈을 파고 들었다.
코닥의 주력 모델은 ‘픽스프로 FZ55’로 유효 화소 수는 1635만 화소에 불과하다. 이는 애플의 최신 스마트폰 ‘아이폰18 프로’의 메인 카메라(4800만 화소)와 비교하면 큰 격차를 보인다. 물론 이미지 센서 크기가 이미지 품질 차원에서는 더 중요하지만, 일반 스마트폰에도 미치지 못하는 화소임에도 인기를 얻고 있단 점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코닥의 컴팩트 디카의 인기는 스마트폰에 없는 특유의 레트로(복고)한 감성이 젊은 층에게 매력있게 다가가서다. 피사체 윤곽이 약간 뭉개지거나 색감이 거칠게 연출되는 점이 오히려 특유의 감성을 자극한다는 평가다. 실제 일본내 일부 가전 양판점에서는 해당 모델의 품귀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시게 유야 빅카메라 유락초점 주임은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인플루언서를 통해 제품을 접한 고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며 “가격도 부담 없어 진입 장벽이 낮다”고 말했다.
일본 총대리점인 마스프로 전공에 따르면 회사내 픽스프로 라인업의 매출은 2022년 3배 이상 급증한 이후 매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코닥의 이변에 일본 카메라 업체들도 컴팩트 디카 시장 개척에 나선 모습이다. 우선 캐논은 저가형부터 최상위 모델까지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캐논의 컴팩트 디카는 5만~10만엔(약 45만~90만원)대로,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생산능력을 1.5배나 늘렸다. 토쿠라 고 부사장은 “모든 기종에서 생산 능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증산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한 올해 일본과 중국에서 열린 행사에서는 ‘아날로그 콘셉트 카메라’를 선보였다. 위에서 카메라를 내려다보며 수동으로 초점을 맞춰 촬영하는 방식이다. 과거 필름 카메라 특유의 질감과 아웃포커싱 효과를 재현해 젊은 층을 다시 공략하고 있다.
‘펜탁스’ 브랜드를 보유한 리코 이미징은 이미 2024년 21년 만에 필름 카메라 신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펜탁스17’이다. 필름 36장을 2배로 찍을 수 있는 ‘하프 카메라’다. 리코 이미징은 과거 기술에 정통한 인력이 부족해 퇴직 직원들의 협조까지 받아 제품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에서는 느낄 수 없는 질감과 촬영 경험을 찾는 소비자를 겨냥한 행보들이다. 사이키 카즈노부 리코 이미징 이사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일시적인 인기에 그치지 않고 지속해서 판매되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보급 확산으로 인해 누구나 선명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됐지만, 오히려 컴팩트 디카의 인기가 다시 살아나는 현상은 카메라에 대한 소비자들의 정의가 재정립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과거 캐논·니콘·소니, 이른바 ‘캐니소’로 대변되던 카메라 시장에 최근 2~3년새 후지필름이 빠르게 치고 올라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후지필름은 과거 필름 시절 감성을 되살리기 위해 ‘필름시뮬레이션’이라는 소프트웨어와 복고 디자인으로 최근 급성장한 브랜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