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드러내고 등교하라"…伊 멜로니, 학교서 부르카·니캅 금지

해외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21일, PM 04:30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이탈리아가 학교에서 얼굴을 가리는 부르카와 니캅 착용을 금지하고, 학급당 외국인 학생 수에도 상한을 두기로 했다. 이민자 자녀들이 이탈리아어를 익히고 학교생활에 제대로 적응하도록 만들겠다는 취지다. 머리카락과 목만 가리는 히잡은 금지 대상에서 빠졌다.

영국 런던에서 니캅을 착용한 여성. (사진=AFP)
영국 런던에서 니캅을 착용한 여성. (사진=AFP)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 자신이 이끄는 집권당 ‘이탈리아형제들(FdI)’의 청년 조직 연례 행사에서 “학급당 외국인 학생 수의 상한을 법으로 정하는 법안을 곧 내각회의에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 법안에는 학교생활 적응에 큰 어려움을 겪는 외국인 학생의 부모에게 이탈리아어 학습을 의무화하고, 학교 내 부르카와 니캅 착용을 금지하는 내용도 담긴다. 구체적인 상한 인원은 공개하지 않았다.

부르카는 눈 부분까지 망사로 덮어 온몸과 얼굴을 가리는 옷이고, 니캅은 눈만 내놓고 얼굴을 가리는 베일이다. 멜로니 총리는 “학교에는 얼굴을 드러내고 가야 한다”며 “이탈리아에선 누구도 진짜든 가짜든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젊은 여성이 자신을 숨겨야 한다고 결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학급당 상한에 대해선 “이탈리아어를 모르는 아이가 한 반에 한 명뿐이라면 친구들과 교사의 도움으로 빨리 언어를 배우고 적응할 수 있다”며 “하지만 그런 아이가 많아지거나 과반이 되면 그건 더 이상 통합이 아니라 방치”라고 말했다. 연구기관 ISMU재단에 따르면 이탈리아 학교에 다니는 학생 가운데 이탈리아 국적이 아닌 학생은 11.6%에 달한다.

베일 금지를 두고 일각에선 신앙상 착용을 의무로 여기는 무슬림 가정에겐 사실상 ‘이탈리아에 살려면 신앙을 접고, 신앙을 지키려면 떠나라’는 요구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탈리아는 16세까지 의무교육이어서 학교를 피할 수 없는 데다, 법으로 정해지면 이를 따르지 않는 것 자체가 위법이 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는 지중해 한가운데 있어 유럽에서도 이민자 유입에 가장 많이 노출된 나라다. 특히 무슬림 국가 출신 이민자의 통합 문제는 종교 상징, 국적 취득 요건 등을 둘러싸고 여론을 양분해왔다.

멜로니 정부는 2023년 알바니아와 협정을 맺고 현지에 이민자 수용시설 2곳을 지어 지중해에서 구조한 이민자들의 망명 심사를 역외에서 처리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시설은 2024년 10월 문을 연 뒤 이탈리아 법원의 잇단 제동으로 대부분 비어 있었다.

유로뉴스는 멜로니 총리가 이민 강경책을 요구하는 퇴역 장군 출신 로베르토 반나치와의 경쟁에 직면해 있다고 짚었다.

유럽에선 이미 비슷한 조치를 시행 중인 나라가 적지 않다. 프랑스와 벨기에는 2011년 공공장소에서 얼굴 가리기를 전면 금지했다. 오스트리아는 이달부터 14세 이하 여학생이 학교에서 이슬람 전통에 따라 머리를 가리는 베일을 쓰는 것까지 금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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