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탈 바에 전기차" 중국서도 외면…명가의 대굴욕

해외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22일, AM 10:02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한때 폭스바겐그룹의 대표적인 수익원으로 꼽혔던 고급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가 그룹 구조조정의 최대 부담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의 판매 부진과 미국의 관세 영향이 겹치면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했다.

포르쉐 911. (사진=AFP)
포르쉐 911. (사진=AFP)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포르쉐 보유 지분 75%에 대해 60억유로(약 9조4000억원)의 손상차손을 반영하며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27억유로의 손상차손을 기록한 데 이어 추가로 대규모 손실을 반영한 것이다. 폭스바겐은 이번 손상차손의 배경으로 포르쉐의 재무 전망 악화를 꼽았다.

포르쉐는 과거 폭스바겐그룹의 캐시키우이자 고급차의 상징이었다. 포르쉐의 연간 판매량은 30만대 안팎에 불과했지만 높은 가격과 옵션을 바탕으로 시총이 한때 폭스바겐을 넘어설 정도였다.

포르쉐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4억1300만유로로 전년 대비 90% 이상 급감하고 영업이익률도 14.1%에서 1.1%로 추락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영업이익이 13억5000만유로로 전년 동기 대비 33.9% 늘고 영업이익률도 7.8%로 회복했지만, 과거 18% 안팎의 수익성에는 여전히 크게 못 미친다.

포르쉐 부진의 최대 원인은 중국이다. 포르쉐의 핵심 성장 시장이었던 중국에서 현지 전기차 업체들의 경쟁력이 빠르게 높아지면서 판매가 위축됐다. 2021년 포르쉐는 중국에서 9만5700대의 자동차를 판매해 전세계 판매고의 3분의 1을 중국에서 올렸지만 4년 만에 판매량이 4만1900대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이는 중국 소비자들이 대형 디스플레이, 자율주행·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소프트웨어, 초고속 충전과 같은 첨단 정보기술(IT)을 갖춘 고급차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포르쉐는 중국 전기차 업체의 부상에 대응해 전동화에 공격적으로 베팅했지만 정작 서구권 포르쉐 고객층에서는 고성능 전기 스포츠카에 대한 수요가 높지 않았다.

미국 시장의 관세 부담도 커지고 있다. 중국과 미국이라는 양대 시장에서 동시에 압박이 심화하면서 고가 차종 중심의 전략만으로 성장과 수익성을 동시에 회복할 수 있을지를 둘러싼 의문이 커지고 있다.

포르쉐의 부진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폭스바겐에도 부담이다. 폭스바겐은 최근 그룹 89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력 감축에 합의하며 비용 절감에 나섰지만 포르쉐의 실적 악화로 추가 구조조정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폭스바겐 10대 주주 가운데 하나인 데카의 잉고 슈파이히는 “대규모 구조조정에 합의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포르쉐 손상차손이라는 악재가 불거진 것은 매우 부정적인 신호”라며 “상황이 매우 불안정하고 앞으로 전망도 상당히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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