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공장 포기하고 중국 갔다…배터리 CEO “비결은 산업 클러스터”

해외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22일, PM 05:08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미국 배터리 스타트업 에너베뉴가 미국 켄터키주에 첫 공장을 세우려던 계획을 접고 중국에서 양산을 시작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세금 감면과 규제 완화 등을 앞세워 제조업의 미국 복귀를 추진하고 있지만, 에너베뉴는 숙련 인력과 공급망을 이유로 중국을 택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사진=로이터)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사진=로이터)
22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에너베뉴는 24일 중국 동부 장쑤성 창저우 공장에서 배터리 양산을 시작한다. 공교롭게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하는 날이다.

헤닝 라트 에너베뉴 최고경영자(CEO)는 양산 개시일과 미중 정상회담 일정이 겹친 것은 “우연”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대신 중국에서 생산하기로 한 이유로는 숙련 인력과 공급망의 깊이를 꼽았다.

특히 창저우는 중국에서도 ‘신에너지 수도’를 표방할 정도로 관련 산업이 밀집한 곳이다.

라트 CEO는 “비결은 바로 이 산업 클러스터”라며 유압·공압·자동화 분야 전문기업이 밀집해 있고 새로운 생산라인을 빠르게 개선할 수 있는 엔지니어들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국에서 먼저 공장을 짓지 않았다면 현재 확보한 자본만으로 생산 공정이 상업적 규모에서도 작동한다는 점을 입증하기가 “매우 어려웠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에너베뉴의 중국행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미국 제조업 부활 정책이 직면한 현실적인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다. 미국 정부가 낮은 세금과 신속한 인허가 등 각종 유인책을 제시하더라도 중국에 구축된 공급망과 전문 인력의 집적 효과를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라트 CEO는 지난 4월 에너베뉴에 합류하면서 중국에 공장을 건설하는 것을 취임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비용 격차도 컸다. 창저우 공장 관계자는 현지 공급업체들이 설계가 채택될 때까지 대금을 받지 않고 장비를 개발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외국 장비업체들이 통상 선불을 요구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인건비 역시 미국보다 낮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현지 대졸 엔지니어의 월급은 약 1만2000위안 수준이다.

에너베뉴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에 연구개발(R&D) 시설을 두고 있다. 스탠퍼드대 재료과학 교수인 이추이가 설립했으며 미 항공우주국(NASA)이 허블우주망원경과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사용한 기술에서 파생된 니켈수소 배터리를 생산한다.

당초 첫 생산기지는 미국이 될 예정이었다.

에너베뉴는 2023년 켄터키주에 1단계로 2억6400만달러를 투입해 공장을 짓고 450명을 고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1년 뒤 계획을 철회했다.

라트 CEO는 당시 프로젝트를 “값진 학습 경험”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당시에는 기술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후 회사는 배터리와 생산공장 설계를 모두 다시 손봤다.

새로 건설한 창저우 공장의 투자비는 공개하지 않았다. 라트 CEO는 다만 2000만~5000만달러 범위라고 밝혔다. 공장은 약 95%가 자동화됐으며 연말까지 약 400명을 고용할 예정이다.

중국 정부의 지원은 인허가와 인증, 부지 선정에 국한됐다고 라트 CEO는 설명했다.

에너베뉴는 지난 3월 3억달러가 넘는 자금도 조달했다. 홍콩 부동산 재벌가 후계자인 피터 리카킷의 패밀리오피스 풀비전캐피털이 투자를 주도했다. 사우디아람코와 유전서비스업체 SLB도 투자자로 참여했다.

회사는 올해 연간 생산능력을 250MWh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하루 약 300개의 배터리 셀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2027년 3분기에는 연간 1GWh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중국을 최종 생산기지로 삼겠다는 것은 아니다. 에너베뉴는 2028년부터 북미와 중동, 유럽에도 비슷한 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구체적인 부지는 내년에 선정할 예정이다.

라트 CEO는 중국을 “공장들의 공장(factory of factories)”이자 글로벌 생산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중요한 디딤돌”이라고 표현했다.

미국 공장 건설 가능성도 열어뒀다. 라트 CEO는 “우리는 북미 시장에서 사업하고 싶다”며 “이제는 법률과 규제가 어떻게 되느냐에 어느 정도 달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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