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문신학 차관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미투자 보고에 앞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사진=뉴시스)
◇APR1400 미국 진출…한전·한수원-WEC 합의 손질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APR1400의 미국 진출이다.
앞서 한전·한국수력원자력과 WEC는 원전 지식재산권 분쟁을 마무리하면서 기존 합의문(SA)을 체결했다. 당시 양측은 원전 수출이 가능한 시장과 기술료, 용역·기자재 및 핵연료 공급 등 향후 원전 수출에 적용할 조건을 정했다.
이 합의에 따라 APR1400의 미국 내 건설에도 제한이 있었다. WEC 입장에서는 자사의 주력 노형인 AP1000과 미국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APR1400의 진입이 떨떠름할 수밖에 없다.
이번 협상에서는 대미 전략투자로 추진되는 원전 사업에 한해 기존 합의에 예외를 두는 방안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2기의 APR1400을 미국에 건설할 수 있도록 SA를 개정하는 내용이다.
WEC는 APR1400의 미국 진출에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미국 정부는 다른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내 원전 건설을 대폭 확대하려면 최근 실제 대형 원전을 건설한 경험이 있는 한국의 시공 역량과 공급망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APR1400의 미국 건설이 성사될 경우 미국 원전시장 진입의 교두보를 확보하게 된다. 여기에 국내 EPC 업체와 원전 기자재 기업의 참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대미투자의 주요 성과로 꼽힌다.
WEC 지분도 협상 대상이다. 지분율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5~10% 수준에서 협상이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측이 WEC 지분을 확보하면 미국 원전사업에서 단순 시공·기자재 공급을 넘어 사업 참여 범위를 넓힐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
◇200억달러 비용초과 대비…안 쓰면 투자 실적 인정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핵심은 이 금액을 실제 공사비로 사용하지 않더라도 한국의 대미투자 이행 실적으로 인정받는 구조다. 한국 기업들이 당초 계획한 예산과 일정 안에서 공사를 완료해 비용초과분이 발생하지 않으면 최대 200억달러의 별도 재원을 쓰지 않으면서도 투자 이행분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반대로 실제 비용초과가 발생하더라도 한국 정부가 이를 일괄 부담하는 구조는 아니다. 사업자와 EPC 업체 간 계약을 바탕으로 비용 증가의 귀책사유를 따져 추가 비용을 분담하는 방식이 협의되고 있다.
200억달러를 넘어서는 비용초과가 발생하더라도 한국 정부가 자동으로 추가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의무는 두지 않는 방향이다. 대형 원전 사업에서 반복돼온 공기 지연과 공사비 증가에 따른 투자 위험을 사전에 관리하려는 장치로 풀이된다.
◇100억달러 조기집행은 ‘장주기 기자재’ 선발주로
미국이 요구한 초기 투자금 100억달러도 원전 사업과 연계하는 방안이 마련되고 있다. 앞서 미국은 2000억달러 규모 대미 전략투자와 관련해 올해 안에 약 100억달러를 먼저 집행할 것을 요구했다. 한국이 실제 대규모 투자를 이행할 의지가 있는지를 조기에 보여달라는 취지다.
정부는 아직 원전 개별 사업이 최종 확정되지 않은 만큼 미국에 현금을 먼저 보내는 대신 원전 건설에 필요한 장주기 기자재를 선발주하는 방식으로 미국 측과 협의하고 있다.
원전에는 발주부터 실제 납품까지 4~5년이 걸리는 핵심 기자재가 적지 않다. 원전 건설이 본격화되기 전에 해당 기자재를 미리 주문하면 전체 사업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한국 입장에서도 국내 원전기업의 참여를 확대할 수 있다. 미국 신규 원전에 들어갈 장주기 기자재를 한국 기업이 공급할 경우 대미투자 자금이 국내 원전 공급망의 수주와 매출로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으로서는 투자금 조기 집행과 원전 건설 일정 단축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고, 한국은 사업이 확정되기도 전에 대규모 현금을 먼저 미국에 보내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한국 측 투자금을 보호하기 위한 수익 배분 구조도 마련됐다. 국회에 따르면 대미 전략투자 사업은 한국 측 투자 원리금이 모두 회수될 때까지 한미가 수익을 5대5로 배분한다. 이후 한국과 미국의 수익 배분 비율은 1대9로 전환된다.
더욱이 개별 사업이 아닌 전체 투자사업을 기준으로 원리금 회수 여부를 판단한다는 점이 유리하다. 특정 프로젝트가 먼저 원리금을 회수하더라도 전체 프로젝트의 원리금이 모두 회수될 때까지 1대9의 수익 배분 구조로 전환하지 않는 게 핵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