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과 결국 합의할 것”…군사력 앞세운 ‘힘을 통한 평화’(종합)

해외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23일, AM 12:30

[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유엔총회 무대에서 압도적인 군사력과 경제력을 앞세운 ‘힘을 통한 평화’ 기조를 재천명했다. 이란에는 핵무기 보유를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며 추가 군사행동 가능성을 경고하면서도 결국 협상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해서는 관세 카드를 꺼낼 수 있다고 했다. 그린란드에서 미군 주둔을 확대하는 한편 유엔과 국제형사재판소(ICC), 인공지능(AI)에 대한 국제적 통제 움직임에는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A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AP)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에서 “미국이 돌아왔다”며 “우리나라는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고 선언했다. 그는 미국의 경제와 군사력, 기술, 에너지 경쟁력을 차례로 거론하며 “미국은 부상하고 있고 우리의 힘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연설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현안 중 하나는 이란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세계 제1의 테러지원국”으로 규정하며 “나는 이란이 핵무기를 갖는 것을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취임 후 이란에 핵 프로그램과 테러 지원을 끝내는 대가로 “완전한 경제협력”을 제안했지만 이란이 거부했다며 “큰 실수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의 군사작전으로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해·공군 전력을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향후 선택지를 두고 “이란이 재건해 이전보다 훨씬 위대한 나라가 될 수 있도록 하는 합의가 이뤄질 것인가, 아니면 이란 이슬람공화국을 신속하게 궤멸시킬 것인가”라며 강한 군사적 압박을 가했다.

그러면서도 협상 가능성은 열어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중간선거 직후 우리가 합의할 것으로 믿는다”며 “그들이 합의하지 않는 것은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란이 미국의 중간선거 결과를 기다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하면서도 자신의 판단에는 선거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유일하게 중요한 것은 이란이 절대로 핵무기를 갖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이란은 이번 유엔총회를 계기로 대화 재개 가능성을 동시에 열어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건이 맞으면 뉴욕에서 이란 측과 만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고위 당국자 역시 유엔총회를 미국이 외교로 복귀할 수 있는 ‘황금 같은 기회’라고 표현했다. 다만 아직 양측의 공식 회담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 전쟁 종식과 인질 귀환 등 자신의 외교 성과도 부각했다. 그는 취임 이후 “8개의 전쟁을 해결했다”고 주장하면서 캄보디아·태국, 코소보·세르비아, 콩고민주공화국과 가자지구 등을 열거했다. 각국 정상들과의 개인적인 관계와 관세 및 관세 부과 위협이 분쟁 해결에 중요한 수단이었다고 설명했다.

4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끝내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지도자들과 매우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으며 이것도 해결할 것”이라며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빨리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양측에서 매달 약 2만5000명이 숨지고 있다고 주장하며 “더 이상 그런 전장의 사진을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의회를 통과한 법률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강력한 새로운 관세 권한을 확보했다며 “필요하다면 그것을 사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세를 무역정책뿐 아니라 전쟁 종식을 압박하기 위한 외교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멜라니아 트럼프(오른쪽부터) 미국 영부인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듣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AFP)
멜라니아 트럼프(오른쪽부터) 미국 영부인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듣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AFP)
미국의 군사적 영향력을 서반구와 북극으로 확대하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덴마크, 그린란드가 합의한 안보협정에 이날 공식 서명한다면서 그린란드에 2개의 주요 미군기지를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합의로 미국이 그린란드 안보에 대해 “영구적인 통제권”을 확보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덴마크와 그린란드는 협정이 그린란드의 주권을 미국에 넘기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번 협정은 미국의 그린란드 군사 주둔을 확대하고 지정학적 경쟁국의 군사적 진출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왕국의 자치령으로 남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북극·북대서양 군사력 확대가 미국뿐 아니라 유럽의 방어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자기구와 국제 규범에 대해서는 날을 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에 대해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면서도 선출되지 않은 관료들이 추진하는 “극좌파 글로벌리스트 의제”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ICC에 대해서도 미국에 관할권이 없는 “반미 법정”이라고 비판하며 회원국들에 탈퇴를 촉구했다.

AI를 둘러싼 국제적인 통제 움직임에도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AI를 통제하기 위한 어떠한 글로벌리스트 체제 구축 시도도 전적으로 거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라는 명칭 대신 ‘초지능(superintelligence)’을 사용하겠다면서 “미국은 초지능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안전하고 책임 있게 계속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이날 앞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같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주요 AI 개발국들에 안전 위험 정보 공유와 공동 테스트·평가, 공통 안전장치 마련을 촉구한 것과 대비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언론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연설에 앞서 유엔본부에서 CNN 기자를 발견하자 “CNN이 여기서 나를 취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며 “당신들은 여기 있으면 안 된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이어 “당신들은 나를 취재하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유엔에 오게 돼 영광”이라며 “우리는 많은 진전을 이루고 있고 우리나라는 정말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백악관 출입 문제를 둘러싸고 CNN 등 일부 언론사와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국제외교의 최대 무대인 유엔에서도 언론과의 신경전이 이어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도착해 취재진에게 발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도착해 취재진에게 발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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