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인터넷·두 반도체 온다”…투자자들은 美中 모두 샀다

해외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23일, AM 08:35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미국과 중국이 인공지능(AI) 반도체와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돈은 오히려 양쪽 시장을 넘나들고 있다. 월가 은행들은 중국 AI·반도체 기업의 자금조달을 주관하고 중국 투자자들은 미국 반도체주와 AI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미중 정상 (사진=연합뉴스)
미중 정상 (사진=연합뉴스)
22일 로이터통신이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월가 은행들은 올해 중국 첨단기술 기업의 주식자본시장 거래 19건에서 주관사로 참여했다. 거래 규모는 172억달러(약 23조8000억원)로 해당 분야 전체 주식 발행액의 약 30%에 달했다.

미국 정부가 중국에 최첨단 반도체와 제조기술 공급을 제한하고 민감한 AI 분야에 대한 미국 자본의 중국 투자도 규제하고 있지만 금융시장의 연결고리는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

반대 방향의 자금 흐름도 크다. 미국 정부 자료에 따르면 홍콩과 중국 본토 거주자가 보유한 미국 주식은 지난 1년간 23% 증가해 7500억달러(약 1039조 5000억원)를 넘어섰다.

프레드 후 프리마베라캐피털그룹 창업자 겸 회장은 “지정학적 상황의 변동성이 매우 큰데도 미국과 중국 기업, 투자자들은 연결을 유지하며 서로에게 계속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AI 자립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도 월가의 중국 기술기업 자금조달 참여는 이어졌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씨티그룹은 중국 광학부품업체 중지이놀라이트의 68억달러(약 9조 4000억원) 규모 홍콩 주식 발행에서 공동 글로벌 코디네이터를 맡았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중국 AI 개발업체 미니맥스와 반도체업체 몽타주테크놀로지 등의 홍콩 상장에도 참여했다.

AI 기업 아틀리안의 제임스 버클리소프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를 두고 “냉전의 양쪽에서 수수료를 챙기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미중 기술 생태계가 장기적으로 분리될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버클리소프 CEO는 “두 개의 인터넷과 두 개의 반도체 생태계, 두 개의 규칙이 생길 것”이라며 “투자 포트폴리오는 양쪽 모두를 위한 여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 자금도 미국 AI와 반도체 산업으로 흘러가고 있다. 중국의 해외투자 뮤추얼펀드 운용자산은 1조위안(약 1500억달러·207조9000억원) 규모로, 미국 주식과 기술주가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중국 투자자들은 올해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AMD, 램리서치,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등 미국 반도체 관련 기업의 보유 지분을 늘렸다.

미국 AI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증가세는 더 가파르다.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중국이나 홍콩에 기반을 둔 투자자가 참여한 미국 AI 기업의 자금조달 규모는 2023년 4억3600만달러(약 6043억원)에서 올해 9월 중순까지 89억달러(약 12조3000억원)로 20배 이상 늘었다.

다만 중국계 자금의 정확한 투자 규모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틸로 하네만 로디엄그룹 파트너는 중국 부유층이 역외펀드를 통해 미국 기술기업에 계속 투자하고 있지만 “펀드 구조의 투명성이 매우 낮아 투자 노출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AI 스타트업 브렌트X의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허시러는 “미중 AI 경쟁에서 단 하나의 승자가 나오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어느 한쪽에 전부 베팅하는 것이 큰 위험”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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