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이 AI기업 홍보수단 전락"…필즈상 수상자의 '일침'

해외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23일, AM 08:43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인공지능(AI)으로 수학 난제를 풀어가는 미국 오픈AI와 수학계간 마찰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 수상자인 마틴 헤어러 스위스 로잔 연방 공과대학교 교수도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수학이 기업의 홍보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수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한 마틴 헤어러 교수. (사진=이데일리DB)
'수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한 마틴 헤어러 교수. (사진=이데일리DB)
헤어러 교수는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와의 인터뷰에서 “AI기업들의 ‘공적인 횡령’은 수학자들의 지식 공유를 방해한다”고 꼬집었다. 헤어러 교수는 지난 11일 AI가 수학계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한다며 공동 성명을 발표했던 필즈상 수상자 중 한 명이다. 확률론을 전공한 그는 2014년 필즈상을 수상했다.

앞서 오픈AI는 상금 100만 달러(한화 약 13억 5000만원)가 걸린 수학의 7대 난제 ‘밀레니엄 문제’ 중 하나인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을 풀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수학계는 크게 반발했다.

헤어러 교수는 인터뷰에서 “수학이 기업의 홍보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며 “오픈AI가 실제로 난제를 해결했다는 점은 신뢰성이 높다고 보지만, 발표 방식과 추진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픈AI는 지난 8일 난제 해결에 착수한 이유에 대해 “다른 연구자들이 해결에 가까워졌다는 정보를 얻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후 오픈AI는 수많은 AI를 가동해 문제를 풀었다.

헤어러 교수는 “거대 기업에게 (문제를 풀기) 직전 공적을 빼앗기게 된다면, 수학자들은 난제 연구를 중단하거나 연구 내용을 밝히지 않으려는 동기가 생겨버릴 것”이라고 꼬집었다. 해법 등의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연구를 진행하는 수학계의 개방적인 문화를 훼손할 수 있다고도 했다.

AI기업이 계산 자원을 대량으로 투입해 연구를 자동화하거나, 성과 발표를 서둘러 논증 과정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 현실도 지적했다.

헤어러 교수는 “이럴 경우, 특정 분야에서 인간 수학자의 연구 의욕이 꺾이고 연구 인력이 줄어들 수 있다”며 “AI 기업은 언젠가 싫증을 느끼고 다른 분야로 넘어가겠지만, 수학에 복구 불가능한 손상을 남기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이에 헤어러 교수는 오픈AI 등 AI기업들에게 ‘일시 휴전’을 제안했다. 난제 해결 등의 성과를 일방적으로 발표하기 전 증명 내용을 검증할 시간을 학계에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경주하듯 AI로 성과를 내려는 기업들의 속도를 늦추자는 차원의 이야기다.

다만 헤어러 교수는 AI 자체에 대해선 수학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수학 분야의 AI 성능에 대해 “지난 반년간 비약적으로 진화했다”며 “AI는 여러 분야를 넘나드는 아이디어의 응용이나 인간이 놓치기 쉬운 허점을 찾아내는 데 강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AI가 진정으로 새로운 개념을 창출했다는 인상은 받지 못했다”며 “당분간은 인간 수학자가 계속 기여하게 될 것”이란 견해를 밝혔다.

오픈AI는 지난 21일 미공개 신형 AI를 활용해 100개 이상의 수학 미해결 문제를 풀었다고 발표했다. 성과 발표 과정에서는 독립적인 수학자 위원회의 자문을 받겠다고 밝혔다.

해당 위원회에 참여한 헤어러 교수는 “연구 성과의 공개 방식에 대해 수학계도 발언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껴 참여했다”며 “오픈AI로부터 보수는 받지 않으며 완전히 독립적으로 활동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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