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엘니뇨’ 온다…아시아 가뭄·식량위기 우려

해외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23일, AM 09:19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올해 엘니뇨가 관측 사상 가장 강력한 수준으로 발달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아시아를 중심으로 가뭄과 식량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이란 전쟁 여파로 에너지와 비료 가격까지 오른 상황에서 쌀과 팜유 등 주요 농산물 생산이 줄 경우 글로벌 식품 가격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4일 온두라스 발레 주의 피체스 마을의 한 옥수수 밭에서 더운 날씨로 옥수수가 말라 있다. (사진=AFP)
지난 4일 온두라스 발레 주의 피체스 마을의 한 옥수수 밭에서 더운 날씨로 옥수수가 말라 있다. (사진=AFP)
22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올해 엘니뇨가 관련 기록을 시작한 1950년 이후 가장 강력한 수준으로 발달할 가능성을 69%로 전망했다. 영국 기상청도 이번 엘니뇨가 “역대 가장 강력한 수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면서 세계 각지의 기상 패턴을 바꾸는 현상이다. 이미 전 세계 해양 온도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오른 가운데 엘니뇨까지 겹치면서 가뭄과 폭염, 홍수 등 극단적인 기상현상이 한층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동남아시아의 피해 우려가 크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산림과 이탄지에서 산불이 확산하고 있고 수도 자카르타에 물을 공급하는 주요 저수지의 수위가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엘니뇨가 아직 본격적인 ‘슈퍼 단계’에 진입하는 과정에 불과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메콩강 유역의 어업과 농업도 타격이 예상된다. 강수량 감소와 고온으로 수량이 줄면 캄보디아와 라오스, 태국, 베트남 등에서 어획량과 농업 생산성이 동시에 악화할 수 있다. 메콩강은 이미 수력발전 댐 건설과 광산 개발 등으로 생태계 부담이 커진 상태다.

쌀과 팜유 공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세계 주요 쌀 수출국인 인도와 베트남, 태국은 올해 엘니뇨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국가로 꼽힌다. 가뭄이 심해질 경우 농민들이 파종 시기를 늦추거나 경작 면적을 줄일 수 있다.

세계 팜유 생산량의 약 85%를 담당하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도 위험 지역이다. 강수량 부족으로 비료 사용이 줄면 생산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팜유는 식품뿐 아니라 화장품과 세제 등 광범위한 소비재에 사용돼 가격 상승의 파급효과가 크다.

식량안보 악화도 우려된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엘니뇨 영향으로 2027년 말까지 최소 4900만명이 추가로 식량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앙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남부의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동아프리카와 남아시아, 동남아시아도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엘니뇨로 글로벌 식량 원자재 가격이 15% 이상 오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과거 강력한 엘니뇨가 수조달러 규모의 경제적 손실을 초래한 만큼 이번에도 식량과 에너지 가격을 통해 세계 경제에 추가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

카레프 라피수라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 재난위험감축국장은 “농업에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에 따라 사람들이 빈곤선 아래에 머물 수도, 간신히 그 위로 올라설 수도 있다”며 “동남아시아 각국이 생산 수준을 얼마나 지켜낼 수 있느냐는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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