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사진=AFP)
◇10년물 이어 30년물도…2004년 이후 최고
이날 미국 30년물 국채금리는 전날보다 3~4bp(베이시스포인트, 1bp=0.01%포인트) 상승한 5.44%를 넘어섰다. 2004년 이후 약 22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전날 5년물 금리가 2007년 이후 처음으로 5%를 넘어섰고 10년물도 5.13%까지 치솟은 데 이어 초장기물까지 고점을 높인 것이다.
미국만의 현상도 아니다. 독일 10년물 국채금리는 3.57%로 200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일본 10년물도 3.15%로 올라 1996년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블룸버그 글로벌 국채지수에 따르면 전 세계 국채의 평균 금리는 4%에 육박해 2007년 이후 가장 높다. 글로벌 국채의 올해 총수익률은 약 -2.4%로 지난해 6.8% 상승과 대조적이다.
이번 국채 매도의 직접적인 촉매 중 하나는 다시 오른 국제유가다.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 부근으로 상승하면서 에너지 가격이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여기에 전날 발표된 미국의 9월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8.4로 2021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미국 경제가 높은 금리에도 예상보다 강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경기 호조와 비용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자 시장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빠르게 반영했다.
금리스와프 시장에는 향후 1년간 25bp씩 세 차례 추가 인상이 완전히 반영됐고 네 번째 인상에 대비한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존 윌리엄스 총재도 이날 미국 경제가 “놀라운 회복력(remarkable resilience)”을 보이고 있다며 연말까지 추가 금리 인상을 예상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 추이 (단위: %, 자료: 블룸버그)
30년물 금리 상승은 단기물과 의미가 조금 다르다. 2년물 등 단기 국채금리는 연준의 기준금리 전망에 민감하게 움직인다. 반면 30년물에는 앞으로 수십 년간의 물가와 성장뿐 아니라 미국 정부의 재정과 국채 수급에 대한 투자자들의 판단도 반영된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30년물 금리 상승을 강한 경제 성장과 높은 에너지 가격 속에서 투자자들이 장기채를 보유하기 위해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국채 수급에 대한 경계심도 커졌다. 미국 정부는 약 40조달러에 달하는 국가부채를 안고 있는 가운데 대규모 차입을 이어가야 한다. 전날 실시된 700억달러 규모의 5년물 국채 입찰은 2018년 이후 두 번째로 부진한 결과를 기록했다. 입찰금리는 2006년 이후 가장 높았다.
인공지능(AI) 투자 붐도 시장의 채권 공급을 늘리는 요인이다. 기술기업들이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 건설을 위해 대규모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미국 국채 역시 투자자 자금을 놓고 다른 채권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블룸버그는 이란 전쟁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과 강한 미국 경제, 정부와 기술기업의 대규모 채권 발행이 현재 글로벌 채권 매도의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모기지 7%…정부·가계로 번지는 고금리
장기금리 상승의 부담은 이미 실물경제로 번지고 있다. 미국의 30년 고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7%까지 올라 이란 전쟁 이전보다 약 1%포인트 높아졌다. 최근 2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정부 부담도 커진다. 기존 국채에 당장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만기가 돌아오는 국채를 차환하거나 신규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를 발행할 때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한다.
크리스 시클루나 다이와캐피털 경제리서치 책임자는 “금리가 높아질수록 모든 것이 더 나빠 보이고 미국의 모기지 비용과 연방정부의 이자부담도 커진다”면서도 “질서 있는 움직임이 이어지는 한 지나치게 극적인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강한 경제 성장과 기업 실적이 아직 높은 금리를 감당할 수 있는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에이미 셰 패트릭 펜달그룹 펀드매니저도 현재 경제와 물가, 재정 여건을 고려하면 “채권은 실제로 합리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투자자들이 미 국채 자체를 외면한다기보다 달라진 환경에서 장기채를 보유하는 대가로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로이터)
문제는 금리의 절대 수준보다 상승 속도다. 미국 국채시장의 변동성을 측정하는 ICE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MOVE지수는 전날 3월 이후 최고치까지 상승했다.
한스 미켈센 TD증권 전략가는 “대부분의 채권 투자자들은 높은 금리를 좋아하지만 그 수준에서 안정되기를 원한다”며 투자자들이 현재 “떨어지는 칼날을 잡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리가 충분히 높아 채권의 투자 매력은 커졌지만 추가 손실 우려 때문에 적극적인 매수세가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당분간 추가 상승 가능성도 열려 있다. JP모건과 KKR 전략가들은 에너지발 인플레이션과 대규모 정부 차입, 추가적인 중앙은행 긴축 가능성이 이어지는 만큼 미국 국채금리가 더 오를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향후 관건은 유가와 미국 경제지표, 연준의 추가 인상뿐 아니라 높은 금리에서 장기채 매수 수요가 살아나는지 여부다. 유가가 안정되고 경기 지표가 둔화하면 최근 금리 급등세가 진정될 수 있다. 반대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채 입찰 부진까지 반복된다면 투자자들이 미국 정부에 장기간 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는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미 재무부는 지난달 장기채 바이백 규모를 확대했지만 장기금리를 낮추는 지속적인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금 시장은 금융위기 이후 익숙했던 저금리 시대가 끝나고 장기 자금의 가격 자체가 한 단계 높아졌느냐는 문제에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