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레드우드시티의 오라클 캠퍼스 건물에 회사 로고가 설치돼 있다. (사진=AFP)
이번 통지는 오라클이 프로젝트에서 손을 떼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라클은 데이터센터가 예정대로 2028년 가동되지 못할 경우 비용 지급을 늦출 수 있도록 계약상 권리를 확보하려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오라클은 “프로젝트 주피터는 계획된 일정대로 진행되고 있다”며 “뉴멕시코에 전념하고 있으며 앞으로의 진행 경로를 확신한다”고 밝혔다. 블루아울도 이번 통지가 프로젝트에 대한 재정적 약정을 바꾸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스타게이트 핵심 데이터센터…인허가에 발목
프로젝트 주피터는 오픈AI와 오라클, 소프트뱅크가 추진하는 초대형 AI 인프라 사업 ‘스타게이트(Stargate)’의 핵심 데이터센터 가운데 하나다. 데이터센터의 전력 처리 규모는 2.45GW(기가와트)에 달한다. 블룸버그는 약 180만가구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규모 전력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인허가 문제와 지역사회의 반발에 부딪혔다. 특히 데이터센터에 연료를 공급하기 위한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사업이 뉴멕시코주 당국의 허가를 받지 못하면서 당초 이달로 예정됐던 파이프라인 가동이 내년 2월1일로 약 6개월 미뤄졌다. 뉴멕시코주 당국은 온실가스 배출과 물 사용 등 환경 문제를 제기해왔다. 오라클은 데이터센터가 지역 전력망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자체 천연가스 기반 전력시설을 구축하고 에너지 비용을 직접 부담한다는 계획이다.
AI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지역사회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막대한 전력과 물을 사용하는 데이터센터가 주민들의 생활비와 환경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쟁점으로도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애빌린에 위치한 스타게이트 오라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단지. (사진=AFP)
시장이 특히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프로젝트에 막대한 차입금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약 20개 은행은 프로젝트 주피터 건설을 위해 총 180억달러(약 24조6000억원)를 대출했다. 관련 대출채권은 이미 액면가 1달러당 89~91센트 수준까지 떨어져 거래되고 있다. 프로젝트를 둘러싼 위험을 금융시장도 반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데이터센터가 늦게 가동되면 시설을 임차해 사용하는 오라클의 지급 시점도 늦어질 수 있다. 이번 불가항력 통지가 실제로 오라클의 기존 재정적 의무를 줄여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지만,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프로젝트의 현금흐름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진 셈이다.
오라클의 AI 투자 전략에 대한 시장의 경계감도 높아지고 있다. 오라클은 AI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데이터센터를 빠르게 확충하고 있다. 지난 10일 발표한 2027회계연도 1분기 클라우드 인프라(IaaS)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1% 증가한 74억달러에 달했다. 아직 매출로 인식되지 않은 계약 규모를 나타내는 잔여수행의무(RPO)는 6640억달러에 이른다. 반면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등의 영향으로 1분기 잉여현금흐름은 50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오라클의 전략은 폭증하는 AI 수요를 선점하기 위해 먼저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짓고 향후 클라우드 매출로 투자비를 회수하는 구조다. 데이터센터가 계획대로 가동돼야 이 선순환이 가능하다.
이번 사태는 미국 AI 투자 붐이 맞닥뜨린 현실적인 제약도 보여줬다. AI 데이터센터를 늘리려면 첨단 반도체뿐 아니라 막대한 전력과 토지, 물이 필요하고 각종 환경·건설 인허가도 통과해야 한다. AI 수요는 폭증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데이터센터를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지을 수 있느냐가 오라클을 비롯한 미국 빅테크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오라클 주가 최근 5거래일간 추이 (단위: 달러, 자료: CNB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