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에서 고(故)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의 사진을 들고 연설하고 있다. (사진=AFP)
논의의 핵심은 양측이 쥐고 있는 최대 협상 카드를 맞바꾸는 것이다. 미국은 해상 봉쇄와 제재를 통해 이란의 원유 수출 등 경제적 생명줄을 압박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세계 원유 공급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을 통제하고 있다. 미국은 자유로운 선박 통항을 요구하고 이란은 경제 봉쇄 해제를 요구하면서 어느 쪽이 먼저 양보할지를 놓고 교착이 이어져왔다.
이란 고위 당국자는 로이터에 “위기를 단계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이라며 “첫 단계는 봉쇄를 끝내고 호르무즈를 다시 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이란이 동결자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이란은 일부 쟁점에서는 유연성을 보이고 있다. 역내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통항료 부과 요구를 핵심 합의에서 제외하고 별도 부속 합의로 미룰 의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경제 봉쇄 해제가 더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관리권 자체를 포기할 뜻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은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미국이 양보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백악관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적절한 상황에서는 이란과 대화할 의향이 있다면서도 미국이 이란 경제를 압박하는 제재와 봉쇄를 통해 강한 위치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란은 합의를 절실히 원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카드를 쥐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 역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이란 고위 당국자는 “우리의 손가락은 방아쇠 위에 있다”며 미국의 요구가 과도해 외교를 통한 해결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주장했다. 협상을 진행하면서도 군사적 충돌 재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오만 무산담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 인근을 선박들이 지나고 있다. (사진=로이터)
11월3일 미국 중간선거도 협상의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 이후 미국과 이란이 합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리면 국제유가와 미국 휘발유 가격의 상승 압력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조기 합의의 유인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 역시 경제 봉쇄로 인한 타격이 누적되고 있어 제재 완화가 절실하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양측의 근본적인 입장차는 여전하다. 미국은 압박을 통해 이란의 양보를 끌어내려 하고 이란은 먼저 압박을 해제해야 양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걸프 국가들은 분쟁 종식을 요구하면서도 호르무즈 해협이 이란의 상시적인 협상 수단이 되는 것에는 반대하고 있다. 양측이 서로의 핵심 지렛대를 어떤 순서로 내려놓고 이를 지속 가능한 합의로 만들 수 있느냐가 이번 협상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